증권
"韓주식 여전히 싸…삼성·LG전자 매수 1순위"
입력 2018-03-15 17:26  | 수정 2018-03-15 23:34
◆ 레이더M / 운용자산 900조 '큰손' 마틴 길버트 애버딘 CEO ◆
"장기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지지하는 것이 진정한 스튜어드십 코드다. 우리는 이 같은 관점에서 기업에 한 번 투자할 경우 투자 기간을 10년 이상 염두에 둔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한국 기업에 재앙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개선해왔던 기업지배구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난 13일 우리은행과 전략적 업무제휴협약(MOU)을 체결하기 위해 내한한 글로벌자산운용사 애버딘스탠다드인베스트먼츠의 마틴 길버트 공동대표(co-CEO)는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길버트 CEO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버딘스탠다드인베스트먼츠는 지난해 8월 옛 애버딘자산운용과 스탠더드라이프가 합병해 설립된 금융사다. 운용자산만 5760억파운드(약 859조원)에 달하는 유럽 내 2위 규모 자산운용사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24개 나라에 사무소를 두고 1000명이 넘는 전문 운용역이 자산관리에 나서고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 중 인도를 비롯한 아·태 지역 투자비중이 6%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지분율 5.03%), 삼성전자 등을 비롯해 45억파운드(약 6조700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만 15년 넘게 보유하고 있는 장기투자자다. 이 밖에 과거 신세계,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에 주요 주주로 투자한 이력을 갖고 있다. 투자대상은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은 물론 사모투자펀드(PE),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총망라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란 기관투자가가 고객 돈을 제대로 운용하는 데 필요한 행동지침을 의미한다.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고객 자산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게 목적이다. 이와 관련해 애버딘스탠다드는 현재 '장기투자집중자본(FCLT·Focusing Capital on the Long Term)'이라는 글로벌 비영리기구 가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FCLT는 캐나다연금 CPPIB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 그리고 미국기업 다우케미컬 등이 손잡고 만든 곳이다. 금융자본의 기업 투자에 있어서 자본과 기업이 장기적으로 윈윈하기 위한 다양한 실무적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기업은 성장 동력을 얻고 자본은 그만큼 높은 수익을 얻어낼 수 있다.
길버트 CEO는 영국 애버딘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출생지는 말레이시아다. 그만큼 아시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1983년 옛 애버딘자산운용을 공동으로 설립한 이후 개인 재테크 수단으로 지난 30년간 아시아 지역 펀드에 줄곧 투자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회고할 정도다.

그는 최근 증시 급등락 등 불안 요인에도 여전히 신흥국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 초 금리 상승 우려에 따른 증시 급락세는 기회 요인이라고 판단한다. 길버트 CEO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저가 매수 기회는 그만큼 늘어나게 마련"이라며 "특히 신흥국 주식시장은 밸류에이션이 선진국 대비 저평가되어 있는 데다 향후 경제 성장 전망 역시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리 상승이 시장 초미의 관심사다. 이 같은 여건에서는 신흥국 채권 투자가 제격이라는 조언이다. 그는 "글로벌 금리가 바닥을 쳤고 방향은 위쪽임에는 분명하지만 완만한 상승세로 위험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선진국 대비 거시경제 여건이 좋고 금리도 더 많이 주는 신흥국 채권이 더 좋은 투자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신흥국 중 가장 투자 매력도가 높은 국가라는 진단도 곁들여졌다.
길버트 CEO는 "최근 10년간 한국 기업들은 지배구조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며 "삼성전자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은 기술적인 면에서 탁월한 데다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경영 효율성 증대 등이 매력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투자 지론은 '좋은 회사의 주식이 좋은 주식'이다. 정보기술(IT), 전자 부문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그의 최선호주다.
애버딘스탠다드인베스트먼츠는 우리은행과 업무제휴를 맺은 것을 계기로 한국 시장 사업을 확대해나갈 복안이다.
길버트 CEO는 "애버딘은 펀드를 판매하는 한국의 주요 금융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한국은 높은 저축률과 더불어 연기금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향후 해외 투자 니즈가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역시 자체 운용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약점을 애버딘스탠다드와의 업무제휴를 통해 보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셈이다.
길버트 CE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프로골퍼 이미향 선수가 우승하며 국내에 잘 알려진 레이디스 스코티시오픈 공식 후원사가 바로 애버딘스탠다드다. 그리고 스코티시오픈은 2012년부터 영국 애버딘에 소재한 트럼프 대통령 소유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에서 열리고 있다.
길버트 CEO는 트럼프발 무역전쟁(Trade War)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무역전쟁 우려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층 일자리 창출 요구에 절대적으로 충실할 것"이라며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미국 수출 상대국들이 무역전쟁에 나설 경우 더 큰 보복에 직면할 수밖에 없어 얻을 것이 없기 때문에 실제 무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잘 아는 기업을 장기 보유하라'는 투자원칙을 개인투자자들에게 조언해줬다.
길버트 CEO는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지표를 보기보다는 패션브랜드 자라(ZARA), 스마트폰 생산기업 삼성전자 등 본인이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며 "빈번한 거래보다는 이 같은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가 우월한 성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한우람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