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하도급분쟁, 美·EU식 사전조정 한다
입력 2018-03-15 17:09 
정부가 건설분쟁을 미리 방지하고자 '사전조정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발주처·원도급·하도급 건설사 등 당사자들이 중립적인 조정위원과 함께 갈등요소를 두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핵심이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설분쟁을 사전에 조정하는 DRB(Dispute Review Board·분쟁심사위원회) 제도를 검토하는 연구용역이 최근 발주됐다. DRB 제도는 1975년 미국 콜로라도주 아이젠하워 터널 공사에서 처음 등장해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건설공사 시작 단계부터 발주처와 시공사, 설계사, 하도급 업체 대표 위주로 DRB를 구성해 회의를 열고 공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분쟁을 의논하고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미국은 DRB가 정기적으로 공사 현장을 방문해 분쟁을 예방하거나 신속하게 해결한다"며 "DRB의 판정에 불복해 중재나 소송 절차로 연계될 경우를 대비해 위원회에 변호사 등이 포함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지금도 국내 건설분쟁 해결 기관은 적지 않다. 조정기관으로는 건설분쟁조정위, 국가계약분쟁조정위, 환경분쟁조정위 등이 있고 중재기관으로는 대한상사중재원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사후처리(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기관으로서 성격이 강하다. 조정 기간과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따라서 건설분쟁을 조정하지 못하고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건설분쟁 소송은 8789건(2016년 기준)이나 진행됐다. 소송은 대법원 판결까지 평균 2년 반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지적받는 이유다.
건설업계는 국내 건설현장에 DRB 제도를 도입하기엔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DRB 위원의 중립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건설뿐만 아니라 법률 등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된 전문성 있는 위원 풀(Pool)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발주자가 위원회 운영 비용을 공사비에 반영하고, 분쟁 미발생 시 정산하는 방법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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