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부, 해운재건 계획 발표 지연…양대 원양 선사는 이전투구
입력 2018-03-15 14:34  | 수정 2018-03-15 15:19
(왼쪽부터) 현대상선과 SM상선의 컨테이너선.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 발표가 미뤄지는 가운데 양대 원양선사인 현대상선과 SM상선이 협력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선사들끼리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서로 반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지난달 말까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한국의 해운 경쟁력을 복원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8일로 발표 시점이 미룬 뒤 아직도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선박 금융 구조 등을 놓고 부처 사이에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선박금융 지원은 한국의 해운 경쟁력 복원을 위한 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한국 컨테이너선사들의 선복량(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선박의 공간)이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해 격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해운 조사업체 알피라이너의 집계 결과를 보면 이날 현재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33만6067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로 세계 14위에 랭크돼 있다. 1위인 머스크(481만2704TEU)와 비교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진해운의 자산을 인수해 출범한 SM상선의 선복량은 5만3542TEU로 27위에 그친다.
해운업계에는 현대상선의 선복량을 100만TEU 수준까지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또 오는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배출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SOx) 함량을 줄이도록 규제를 강화하기에 현대상선은 글로벌 업체들과의 격차를 줄일 기회라고 강조해왔다.
현대상선은 오는 7월 설립되는 해양진흥공사의 지원을 예상하고 상반기 중 선박을 발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 금융 지원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 내부적으로도 정부 지원이 현대상선에 집중되는 데 대한 불만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점도 정부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상선과 SM상선 사이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미주노선을 공동운항하자던 SM상선의 제안을 현대상선이 재차 거절하면서다. 올해 초에도 SM상선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는 현대상선은 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고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머스크·MSC, 화주, 주주 등이 반발할 것이라며 협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SM상선은 현대상선이 제시한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대상선에 협력을 제안한 것은 경영상 어려움 해소 목적이 아닌 협력을 통한 한국해운 재건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채권단의 채권 회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 지원이) 현대상선 살리기를 고수한다면 이는 한국 해운 재건이라는 국정 과제와 전혀 달리 이용되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대 국적선사의 갈등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2M을 설득하기만 하면 SM상선과의 협력이 현대상선에 손해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선사들끼리도 제대로 협력하지 못하고 있는데, 나중에 글로벌 해운동맹 구성원들과 어떻게 협력하겠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측은 SM상선과의 협력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며 회사에 득이 된다면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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