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SDI·LG화학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입력 2018-03-14 17:25  | 수정 2018-03-14 19:45
전기차 배터리로 질주하던 삼성SDI와 LG화학이 중국 사드라는 '막다른 길'에 도달하자 에너지저장장치(ESS)라는 '우회도로'에 진입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사업이 불가능해지자 발 빠르게 ESS 배터리 시장을 선점해 전기차 분야 손실을 메우고 있는 셈이다. 두 업체 모두 올해 ESS 사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노리면서 이달 주가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영업이익은 4124억원으로 작년(1169억원)보다 3.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업체는 중대형 배터리 사업 중 ESS 사업에서 올해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ESS는 태양광 등 발전소에서 불규칙적으로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두었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해주는 저장장치로 일종의 대용량 배터리다. 전기차 배터리와 기술적 기반이 동일한데 판매 가격은 더 비싸 해당 업체의 수익성을 높이는 '효자'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ESS 시장은 반도체처럼 국내 업체들이 양분하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점유율 기준으로 LG화학이 30%, 삼성SDI가 29%로 1·2위를 다투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작년 캘리포니아 대규모 정전 사태와 태양광 발전소 증가에 따라 미국 쪽 ESS 수주가 늘고 있다"며 "ESS가 향후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스마트폰 배터리 사업이 호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적자 대부분을 ESS가 만회할 것이란 분석이다. 작년 LG화학과 삼성SDI 모두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라 현지 전기차 배터리 공장 물량을 다른 나라로 돌리고 전기차 배터리에서 ESS 배터리로 전환하며 대응해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판로가 막히자 두 업체 모두 ESS로 재빨리 전환한 게 작년 중대형 배터리 사업의 적자를 만회했다"고 말했다. ESS로 인해 삼성SDI의 수익성도 상승하고 있다. 2016년 2%에 불과하던 이 종목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올해 8.1%로 추정된다.
LG화학은 작년 4분기에 매출 6조4322억원을 올려 4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업체는 이 같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ESS 매출 성장을 제시했다. 2016년 493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은 작년 전기차 사업 부진에도 ESS 사업이 뜻밖에 선전하면서 289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ESS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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