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주총시즌이 오는 22일 신한금융지주를 필두로 잇따라 열린다. 올해 주총은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문제와 노동자 추천 사외이사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 그 어느 해보다도 주주와 경영진간 대립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전자투표제가 실시돼 일반 소액주주 참여가 쉬워진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2일 신한금융을 시작으로 23일 KB·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30일에는 농협금융지주 등의 주총이 열린다.
KB금융은 이날 총 8개의 의안을 상정하는데 이중 2개가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된 안건이다. 특히, 노조가 지난해 주총에 이어 두 번째로 시도하는 '노동자 추천이사제'가 주요 이슈로 꼽힌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외이사 추천 안을 놓고 최근 KB금융 이사회는 "현행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및 검증 제도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은 후보가 KB금융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사회가 직접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KB노조측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사회에 대한 해임 건의를 포함한 다각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작년 임시주총에서 국민연금이 근로자추천 사외이사제에 손을 들어줬는데, 올해 주총에도 그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외국인 지분이 70%에 달하는 만큼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외국인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안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날 열리는 하나금융 주총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3연임 및 1인 사내이사 체제로의 회귀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
KEB하나은행, 하나카드, 하나금융투자 노조로 구성된 하나금융공동투쟁본부는 김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데다 최근 금융감독당국과의 갈등이 심화된 점도 변수다. 하나금융공동투쟁본부는 당장 회장 연임 반대에 총력을 다하기 위해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 선임은 보류키로 했다.
이와 더불어 이사회는 이달 초 김정태 하나금융회장, 김병호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3인 체제로 운영하던 사내이사를 김 회장 단독 체제로 개정하는 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이를 통해 김 회장의 단독 경영체제가 더 공고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안건이 통과하면 금융권에서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세 번째 3연임의 주인공이 된다.
이들 금융사에 비해 신한금융 주총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신한금융의 주총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이다. 신임 사외이사로는 김화남 제주여자학원 이사장, 최경록 CYS 대표이사, 박병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등 3명이 이사회 추천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근 이사회를 개최했으나 지주사 전환 관련 내용은 다루지 않았다.
농협금융은 김용환 회장의 임기가 4월로 끝남에 따라 3월말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갖고, 바로 주총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농협 내부에서는 김 회장의 3연임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금까지 이렇다 할 유력후보가 거론되고 있지 않은데다 김 회장의 경영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이유다. 만약 김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하면 농협금융에선 첫 사례로 기록된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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