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통 큰 배당은 남의 잔치" 증권사 1/3은 무배당
입력 2018-03-13 15:29  | 수정 2018-03-13 16:55

증시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상장 증권사의 1/3이 배당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2배가 넘는 고배당을 실시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13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당 계획을 내놓은 상장 증권사 16곳 가운데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SK증권,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 5개사는 배당금을 0원으로 책정했다. 증권사 3곳 중 1곳 꼴로 무배당을 실시하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인으로 미진한 주주환원정책이 꼽히는 가운데 국내 자본시장의 모범이 돼야 할 증권사들이 오히려 주주가치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일부 증권사의 무배당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과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결손금이 쌓여 배당재원 자체가 없는 경우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지난 2013년에서 2014년 동양그룹 사태를 겪으며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쌓인 결손금이 지난 2016년까지 732억원이나 남아있었지만 올해 7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간신히 결손금을 털어내게 됐다. 한화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실로 16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54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데 성공해 이제 다시 이익잉여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KTB투자증권도 지난 2013년과 2014년 두 해 동안 10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착실히 결손금을 메꿔 지난해 말부터 이익잉여금을 적립하게 됐다.

SK증권, 유진투자증권은 배당재원이 있지만 경쟁력 있는 사업 규모를 갖출 때까지 이익을 내부 유보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증권사는 모두 최근 3년 내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
배당의 계절을 따뜻하게 보내는 증권사도 적지 않다. 통상 증권가에서 시가 배당률이 3%가 넘으면 고배당주로 분류한다. 시가배당률은 주당 배당금을 배당 기준일의 주가로 나눈 값이다. 시가 배당률이 3%라는 것은 배당 기준일에 해당 종목의 주식을 100만원어치 보유하고 있었다면 3만원의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업종에서는 시가 배당률이 4%가 넘는 곳이 메리츠종금증권(4.3%), 대신증권(4.1%), 부국증권(4.5%), 한양증권(4.5%), 이베스트투자증권 (4.5%) 등 5곳에 달한다.
배당 계획이 나온 16개 증권사 중 무배당 증권사 5곳을 제외한 11곳의 평균 시가 배당률은 3.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6년 결산 기준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시가배당률인 1.8%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2% 안팎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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