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3월 12일 뉴스초점-'미투 사각' 친족 성폭력
입력 2018-03-12 20:09  | 수정 2018-03-12 20:34
지난 2010년, 12살 이 양은 이모의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해 경찰에 고소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집으로 돌아왔죠. 이 양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처벌 불원서를 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5년 뒤, 이모부가 된 그는 또다시 이 양을 성폭행했고 임신에 낙태까지 하게 된 이 양은 또 그를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 양은 결국 그를 처벌하지 말아 달라며 합의서를 제출했습니다. 다행히 법정에선 합의와 상관없이 징역 10년을 선고했지만….

이 양은 대체 왜 그랬을까요
'조용히 덮자', '너만 참으면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다'는 가족들 때문이었습니다.

미투 운동이 확산된 지난 1월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한 달여 동안 '한국 여성의 전화'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상담은 100건을 넘기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나 늘었습니다. 미투에 용기를 내 어렵게 가족이나 친족에게 입은 성폭행 피해를 털어놓는 건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5%는 오히려 2차 피해를 당합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청와대 청원 게시판까지 찾고 있지요.

말레이시아에선 친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아버지에게 징역 3천 년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우리도 친족의 성폭력을 더 강하게 처벌하는 특례법이 있긴 하지만, 죄질에 비해 형량이 턱없이 낮습니다. 게다가 처벌을 하려면 우선 신고를 해야 하는데, 가족들의 만류로 피해자들이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는 게 대부분의 현실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친족간 성폭력은 더더욱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죠.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해자를 용서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신고를 말린 가족들이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그들도 가해자라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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