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崔 "채용비리 조사 공정성 위해 물러난다"
입력 2018-03-12 17:41  | 수정 2018-03-12 20:05
최흥식 금감원장 전격 사의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휘말린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결국 사퇴했다. 12일 최 원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 "하나은행의 인사에 간여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당시 본인의 행위가 현재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고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를 맡은 금감원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본인을 포함한 하나은행 채용 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태도를 보였다. 의혹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오후 들어 최 원장은 금감원 수석 부원장 이하 임원단을 불러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최 원장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가장 큰 이유는 금융권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금감원의 행보에 자신이 부담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신을 임명한 청와대와 여당마저 "조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기류로 돌아서자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임명권자를 포함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당분간 유광열 수석부원장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최 원장 사퇴로 인해 금융당국의 금융권 채용비리에 대한 검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금감원은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꾸려 최 원장을 포함한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규명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할 수 있는 신임 감사를 임명하고 이 감사를 중심으로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의혹 전반에 대한 엄정한 사실규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 결과 책임질 사안이 있는 사람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우겠다"고 말했다.

특히 금감원의 조사 강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이전 금감원은 하나은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VIP 리스트에 기재된 55명 가운데 6명만 채용비리로 간주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최 원장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55명 모두 문제 삼을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금감원은 현재 보험사와 증권사 등 다른 금융권에서도 채용비리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이 2013년에 일어난 만큼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도 범위와 대상을 넓혀 다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분간 금융감독당국의 초점이 채용비리와 지주사 지배구조 전환에 맞춰질 것이며 금융권에는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을 사임으로 몰고 간 이번 사건의 발단은 한 주간지의 의혹 보도에서 시작됐다. 최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일 때 대학 동기로부터 자신의 아들이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은행 인사담당 임원에게 그의 이름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자는 최종 합격해 현재 하나은행 모 지점에 재직 중이다. 금감원은 해당 보도가 하나은행 관계자를 인용했다는 점을 들어 "최 원장의 친구 아들이 하나은행에 채용됐던 2013년 당시 점수 조작이나 채용기준 변경이 있었는지 확인해달라"고 하나은행에 요구하고 나섰다. 하나은행 측은 지난 11일 "당시 (최 원장이) 지주 사장으로 추천한 사실은 있지만, 합격 여부만 알려달라는 취지로, 채용과정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며 "채용과정에서 점수 조작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금감원은 원장의 사퇴 결정에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론이 좋지 않고 독립감사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사의를 표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채용비리 조사를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는 기류도 엿보인다.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금감원 감사가 감독원장을 독립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제 그런 우려도 사라졌다"며 "최 원장이 자연인 상태로 검사를 받게 된 만큼 엄정하게 따져서 의혹이 허위로 확인된다면 해당 관계자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누가 신임 금감원장으로 선임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최 원장과 함께 물망에 오르내린 인사로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과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있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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