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단독] 아파트 할인분양 재등장…창원서 3000만원 내려 판매
입력 2018-03-12 17:19  | 수정 2018-03-13 09:22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주택시장 양극화가 결국 지방 아파트 할인 분양까지 초래했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입주를 시작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월영 SK오션뷰' 전용 84㎡가 분양가보다 3000만원 저렴한 3억1600만원에 판매 중이다. 분양가 대비 약 9% 할인된 가격이다. 이 단지는 대형 건설사 아파트인 데다 일대에선 입지가 좋은 편에 속한다. 지방 주택시장 경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작년 4월 입주를 시작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소재 '시티프라디움1차'도 분양가 대비 10% 가까이 할인된 가격에 미분양 물량을 판매 중이다. 전용 59㎡는 초기 분양가보다 1000만원 싼 1억7000만원에, 전용 74㎡와 84㎡는 2000만원씩 저렴한 2억1000만~2억2000만원에 판매 중이다. 경남 창원시는 미분양 주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창원시 미분양 주택은 5663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창원의 기반 산업인 조선업과 기계산업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지역경제가 붕괴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2010년 마산과 창원, 진해 등 3개 도시 통합 창원시가 출범하고, 무리하게 지방혁신도시를 추진하면서 2012년부터 아파트가 과다 공급됐다.
이 같은 악성 미분양은 창원만의 현상은 아니다. 충남도 최근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서 작년 미분양 주택 숫자가 1만가구를 넘어섰고, 올해 1월 말에는 1만1352가구까지 늘었다.
지방 주택 경기 악화는 이미 작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부터 감지됐다. 정부가 각종 규제를 내놓으면서 서울과 지방에 주택 여러 채를 갖고 있던 다주택자들이 지방 주택을 처분하면서 가격 하락이 이어졌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지방의 주택 가격은 0.05% 하락했는데, 올해 들어선 벌써 3개월 만에 0.5%가 하락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부산 등 지방 일부 지역 청약까지 옥죄면서 미분양이 쌓이기 시작했고, 기존 주택들은 더 안 팔려 준공 후 미분양이라는 악성 재고로 남았다. 실제 미분양 상태에 있는 재고주택 숫자도 서울과 비서울 간 격차는 엄청났다. 서울은 1월 말 기준 전체를 통틀어 미분양주택 숫자가 45가구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 전체의 미분양주택 숫자는 4만9256가구나 됐다. 전체의 83.3%에 달한다.
천안시가 있는 충남 역시 1만1352가구로 위험 수위에 달했다. 경북 지역도 2018년 1월 말 기준 7806가구가 미분양 상태에 있고, 지방 주택 시장의 최전선에 있던 부산마저 미분양이 2291가구에 달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할인 분양으로 연결되는 악순환 고리는 2000년대 후반 한국에서 이미 한번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정부의 집값 잡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폭등하던 부동산 시장이 금융위기를 전후해 급랭하자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던 지방 사업장부터 미분양과 할인 분양이 늘었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자금 회전이 어려워진 건설사들의 재무구조가 급속도로 악화됐고, 탄탄한 중견건설사들까지 대거 도산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할인 분양을 하고도 소화되지 못한 물량은 이후 사모펀드 등에서 헐값으로 매입했다가 시차를 두고 매각하며 차익을 거뒀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준공 후 미분양이 계속 늘어나면 건설사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에만 집중하면서 지방의 여러 가지 신호를 가볍게 여긴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한 선제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몇몇 가구 할인 분양 수준이지만 향후 100가구 이상 통으로 매각하는 블록세일이 나오고, 할인율이 30~40%까지 떨어질 수 있다"면서 "정부에서 너무 강남만 봤다. 지방 상황은 훨씬 더 충격적"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문제는 서울과 함께 묶이던 수도권마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경기도의 미분양주택 숫자는 8611가구로 경남·충남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았다. 경기도 내 양극화는 특히나 심각하다.
분당신도시와 과천신도시가 있는 성남시와 과천시의 경우 미분양이 '0'인 데 반해 남양주시는 1689가구, 안성시가 1463가구, 용인시가 1080가구, 화성시가 896가구 등으로 심각한 곳은 날로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것.
남양주시와 화성시는 각각 다산신도시와 동탄2신도시가 있는 곳인데, 두 곳 모두 2016년 발표한 11·3 부동산 대책에 따라 조정지역이 돼 청약 접수에 제한을 받고 있다. 당시만 해도 신도시 투자 열풍이 뜨거워 정부가 내린 조치였지만 이는 결국 부메랑이 됐다. 동탄과 다산신도시 입주가 몰리면서 신규 분양단지들은 1순위는커녕 2순위에서도 판매가 다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고, 그 결과 미분양 물량이 쌓이게 된 것이다.
또 용인시의 경우 올해 상반기 입주를 앞둔 가구 숫자만 1만가구가 넘어 '폭풍전야'라는 평가다.
이미 2월 용인시 수지구 일대 1200여 가구가 입주를 시작했고, 6월이 되면 '폭탄'으로 불리는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5개 단지 6700여 가구가 입주에 들어가게 된다.
[박인혜 기자 /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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