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한 기업에서 노동조합 간부 김모씨(가명)는 지난해 회사로부터 징계해고를 당했다. 동료 여자 직원들의 손을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는 등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해당 건에 대해 "사회 경험이 거의 없어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20대 초반 여성들을 대상으로 노조 간부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한 사건"이라며 "회사에 여성 근로자가 6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성희롱 행위는 심각한 사기 저하를 불러일으키는 만큼, 사용자가 해당 노조 간부를 징계해고 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12일 매일경제신문사가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중앙노동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성희롱 관련 부당해고 구제신청 70건을 살펴본 결과, 53건(62%)이 중앙 및 관할 지방 노동위원회로부터 "사측의 해고 및 징계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근로자가 '해고 및 징계는 부당하다'며 구제 신청을 한 건에 대해, 노동위원회가 징계는 정당하다며 회사 손을 들어준 사례가 60% 가량인 것이다. 그만큼 노동위원회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셈이다.
판정문을 보면, '초범인지 상습법인지' 여부가 징계가 정당한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가령, 한 근로자는 사탕상자 안에 콘돔을 넣고 파견업체 여직원에게 이를 보여줬다. 성희롱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해당 근로자는 사측으로부터 해고 처분을 받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횟수가 1회에 그쳐 우발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해고까지는 과하다고 판정했다. 반면 최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여성 환경미화원 앞에서 지속적으로 좌욕을 하다가 해고 당한 남성 근로자에 대해 "주의를 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을 지속했다"며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김근주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위원회 판정은 사안의 성격별로 다르다"며 "여태가지 나온 판정문들을 보면, 반복·지속성 여부가 성희롱 사건의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상급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성희롱을 하거나, 여성 근로자 비율이 높을 경우에도 해고 및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한편 남성도 여성 못지 않게 사내 성희롱 관련 상담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30인 이상 사업체에 종사하는 만20세∼50세 미만 근로자 중 사내 상담창구가 있는 1135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근무환경 실태 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남성(665명) 중 성희롱 관련 상담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13.1%에 달했다. 여성의 성희롱 상담 경험 비율은 전체(480명)의 17.5%로, 성별 격차는 4.4% 포인트에 불과했다. 실제로 서울 소재 한 기업에서 여성 근로자가 윗옷을 올려 상체를 노출시키자 남성 근로자가 성적 수치감을 느끼고, 회사가 직장 내 성희롱이라며 해고를 통보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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