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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비극서 태어난 `미투`, 정화의 결실 맺으려면…
입력 2018-03-10 15:39  | 수정 2018-03-10 18:25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태생 자체가 비극에서 비롯됐다. 누군가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씻기 힘든 상처 속에서. 그간 두려움 속에서 떨며 움츠려 있던 많은 이들이 어렵게 용기를 내 비극의 원천을 타파하려는 지금, 행여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참극이 벌어질지라도, 그것과 별개로 이 외침은 계속돼야 한다.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9일 성추행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앞둔 고(故) 배우 조민기(53)가 제자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 내 창고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다수의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 해온 그는 최근 교수로 재직 중이던 청주대학교에서 중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차례 충격을 안겼고, 교수직 박탈과 함께 학생들의 잇따른 폭로로 출연 예정이던 드라마 하차는 물론, 소속사와도 결별했다.
이후에도 그를 향한 추가 폭로와 비난이 끊이질 않았고 이는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충북지방경찰청은 내사 단계를 거쳐 지난달 26일 정식 수사에 착수, 피해자 20여 명의 진술을 확보하고 오는 12일 조민기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한 순간에 모든 걸 잃은 현실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일까. 결국 조민기는 사망했고,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비극 속에서 일어난 또 다른 참극에 혹자는 이 같은 그의 선택마저 이기적이라 비판했고, 반대로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미투 운동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여론이다.
기자 역시 동의한다. 최근 모두를 분노케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은 이제라도 정화돼야 한다.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피해자가, 조금씩 용기를 내 앞에 나서기 위해 망설이는 이들이, 누군가의 말처럼 너무나 큰 상처 때문에 이조차 함께 하지 못한 채 여전히 움츠려 있는 이들이 너무나 많을 터. 아프지만, 그리고 이 길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다시는 더 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 운동은 계속돼야 하고, 용기 있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우리는 보다 귀를 귀울여야 한다.
다만, ‘미투 운동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피해자를 두 번 세 번 괴롭히거나 반대로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또한 가해자로 지목되더라도 감정을 다소 추스르고 진상을 보다 명백하게 밝히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합리적인 판단과 신중한 태도를 더 가져야 할 듯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 봇물처럼 터져나온 '미투'는 발생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일들이 대부분이다. 이렇다보니,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비록 잘못을 했을지라도 무방비 상태에서 폭로돼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반성하고, 사과하기 보다는 그저 불안과 공황상태에 빠지기 쉽다. 조민기의 극단적 선택도 이 가운데 나오지 않았을까. 한편으로는, 피해 사실에 대한 경청과 동시에 미투 운동을 가장한 거짓된 무고가 남발할 수 있다는 여지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미투 운동의 폭로가 1차적으로 이뤄졌을 때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을 무조건 파렴치한 범인으로 몰아가기 보다는 필요한 조사와 경찰, 검찰의 수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여론도, 언론도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신중히 사안을 판단하고, 다뤄야 할 것이다. 비난의 화살은 그 이후로 잠시 미루둬도 늦지 않다.
앞으로 보다 건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미투 운동이 진행될 때 피해자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해소되는 동시에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것을 위해 함께 힘을 모을 때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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