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3월 8일 뉴스초점-희화화되는 미투 운동
입력 2018-03-08 20:06  | 수정 2018-03-08 20:27
지난달 방송인 김어준 씨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공작의 사고로 보면, 미투 운동은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다'.
미투 운동이 정치 공작에 이용될 수 있다고 한 거죠. 야권은 대대적으로 성토를 했고, 여권에서도 진의가 뭐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어제 청와대 회동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미투 운동에 무사한 거 보니 다행이다. 한 정치인의 성폭력 사건이 누구의 기획이라던데 정치판이 참 무섭다.'고 했고, 임 실장은 '대표님도 무사하신데….'라고 대답했습니다. 홍 대표는 이어 기자들과 만나 '농담이었다'고 했습니다.

정말 무서운 건 이거죠.
미투 운동의 순수한 본질을 흐리고 미투 운동을 오히려 희화화하는 정서가 일고 있는 거요.

최근 SNS나 직장인 익명 게시판 심지어 예비 법조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일부 남성들에게 미투 운동은 공개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그저 시끄럽고 번거로운 것으로만 여겨지는 듯합니다.
그래서 여성 부하에겐 되도록 온라인으로 업무지시를 하고, 회식도 남녀를 나눠서 하자거나 남성 보좌관만 채용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런 말 한마디, 글 한 자 한 자가 피해자들에겐 직접 당한 성폭력보다 훨씬 더 큰 폭력이 된다는 걸 그들은 알까요?

'빵과 장미를 달라'.
1908년 미국 뉴욕의 1만 5천 명 여성 섬유노동자가 외친 이 구호는 단순히 먹을 것과 아름다움을 추구한 게 아닙니다. 생존권과 참정권, 남성과 똑같이 일하면서도 대우는 훨씬 열악했던 여성들이 남성과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한 구호입니다.

미투 운동 역시 여성들이 자신들을 보호해달라고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왔던 잘못된 인식, 잘못된 행동을 고발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장치를 만들자는 겁니다. 한낱 농담이나 정치적으로 이용할 '거리'가 아니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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