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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완벽한 싱크로율에도 아쉬운 ‘치즈인더트랩’
입력 2018-03-08 08:00  | 수정 2018-03-08 08:4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원작의 매력을 보다 새롭고 화려하게 담아내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안타깝게도 역부족이다. 비주얼 면에서는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지만 정작 중요한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랄까. 로맨스릴러의 외피는 살렸지만 다양한 군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20대들의 다면적 불안함을 세밀하게 담은 묘미는 사라졌다. 그 공백을 채울만한 '킬링 포인트'는 아쉽게도 찾기 힘들다.
지난 7일 기대작 ‘치즈인 더 트랩이 언론시사회를 통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네이버에서 무려 11억 뷰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한 인기 웹툰(작가 순끼)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모든 게 완벽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유정 선배(박해진)와 그런 그의 본 모습을 유일하게 알아챈 평범한 여대생 홍설(오연서)의 달콤 살벌한 연애담을 그린 로맨스릴러.
앞서 동명의 드라마로도 제작돼 방영 당시 뜨거운 인기를 끌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남주 유정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중심을 잃고 과도하게 변형되면서 원작 팬들은 물론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며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영화는 드라마로 이미 한 차례 유정을 연기했던 배우 박해진이 또 한 번 같은 역할로 참여, 여기에 그의 소속사가 직접 제작사로 나선만큼 드라마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하지만 과도하게 의식한 탓일까. 유정과 홍설을 중심으로 전 캐릭터의 싱크로율은 극대화 됐지만 전체적인 개연성이나 상징성을 내포한 촘촘한 연결 고리들을 겉핥기식으로 압축, 두 사람의 러브라인 안에 강렬한 사건들만 듬성듬성 껴 넣은 나머지 겉만 비슷하고 내용물은 다른 아쉬운 모조품으로 완성돼 버렸다.
'캠퍼스'라는 아직은 미성숙한, 그러나 다양한 군상들이 모여 있는 상징적 공간은 단순한 청춘 로맨스물의 일차원적 배경으로만 그려지고, 홍설을 괴롭히는 같은 과 '스토커' 오영곤(오종혁), 묻지마 폭력을 행사하는 '벽돌남'의 이야기 등은 그저 스릴러와 서스펜스를 강화한 에피소드로만 단순 나열된다. 이로 인해 해당 사건들로 인해 얽히고설킨 인물들 간 복잡한 심리나 나아가 ‘관계에 원작의 흥미로운 세계관이나 깊이감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유정과 특수 관계에 놓인 백인호(박기웅), 백인하(유인영) 남매 그리고 홍설의 절친 장보라(산다라박), 연하남 권은택(김현진) 등 다양한 인물들은 그저 남녀 주인공의 주변인으로서만 그려져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열연에도 불구하고 원작에서 보여줬던 저마다의 생명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는 결국 또 하나의 핵심인 유정의 복잡한 서스펜스를 흐리고, 홍설과의 특별한 러브라인마저 평범한 성장형 캠퍼스 커플로 단순화시킨다.
결국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이 만나 부딪히며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가는,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단, 모든 걸 갖췄지만 사실은 가슴 한 가운데 어두운 그림자를 숨기며 살아온 ‘한 남자의 사랑을 통한 성장담이다.
인기와 작품성을 모두 갖춘 웰메이드 웹툰을 영화화한 만큼,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와 새롭고 신선한 로맨스를 표방했을 터. 하지만 아쉬운 오류들로 방대한 원작의 장점들을 113분에 담기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느껴진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에는 조금의 아쉬움도 없다. 싱크로율 또한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다. 그래서 이를 제외하고는 원작과 차별화 되는 혹은 뛰어 넘는 지점을 찾기 힘들다는 게 더 아쉬울 따름이다. 오는 3월 14일 개봉. 러닝타임 113분.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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