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STX조선, 40% 감원후 소형선박제조사로
입력 2018-03-07 22:36  | 수정 2018-03-08 00:31
정부, 8일 구조조정案 발표
정부가 성동조선해양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STX조선해양은 인력 40%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존속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잡았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7일 "성동조선해양은 회생을 전제로 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STX조선해양은 인력 구조조정을 전제로 존속하는 것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잡았다"며 "8일 산업경쟁력 장관회의에서 최종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이른바 '회생형' 법정관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의 3배 이상에 달하는 만큼 채권단 지원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한 2차 컨설팅 결과를 회생법원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해 삼정KPMG에 맡긴 2차 용역 결과 제시된 성동조선해양을 다른 선박을 고치는 수리조선소나 일부를 제작하는 블록공장으로 기능을 조정한 뒤 회생시키는 방안을 제안받았다.
산업부는 STX조선해양의 경우 인력 규모를 줄이는 동시에 중소형 유조선과 가스운반선 등을 중심으로 특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STX조선해양은 인력의 40%를 구조조정한 후 독자생존을 도모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STX조선은 인력 감축을 비롯한 자구노력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고, 이를 통해서 정상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2차 외부 컨설팅 이전에도 채권단은 이미 STX조선을 살리기로 하고 STX조선이 발주한 선박에 선수금지급보증(RG)을 내준 상태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기존에 투입된 공적자금 이상으로 '추가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는 방침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고 2차 컨설팅 결과도 이 같은 기존의 결론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8일 오전 산업경쟁력 장관회의가 끝나는 대로 산업은행에서 '중견조선사 처리방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각각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주채권은행을 맡은 책임자가 구조조정 방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정부가 성동조선해양을 '청산' 대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둘 다 살린다'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구조조정의 원칙은 지키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외부 컨설팅 결과 인력을 40% 감축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해도 청산가치가 7000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 2000억원보다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재무적 관점에서는 신규 자금 투입보다 청산이 나은 셈이다. 하지만 재무적 측면 외에 산업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새 정부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산업부가 삼정KPMG에 2차 컨설팅을 맡겼다. 삼정KPMG는 최근 완성한 보고서에서 성동조선해양을 다른 선박을 고치는 수리조선소나 선박 일부를 제조하는 블록조선소로 전환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2차 보고서를 검토해도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더 낫다는 기존 채권단 의견을 뒤집을 만한 대안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추가 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당한 이유가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은 2010년 자율협약에 들어간 후 7년간 여신잔액 2조5000억원, 출자전환 1조5000억원 등 4조원에 가까운 돈이 투입됐다. 이 중 수출입은행이 2조1000억원 여신을 제공하고, 별도로 출자전환에도 1조원을 투입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좀비기업에 혈세를 퍼붓는다는 비난을 피해 구조조정 원칙은 지키면서도 2차 컨설팅 결과를 회생법원에 제공해 '산업적 측면도 고려했다'고 방어하는 이중적 처리 방안으로 분석된다. 다만 수리조선소 등 컨설팅 결과를 회생법원에 권장해 성동조선해양을 살린다는 '회생형' 법정관리가 실제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정부 의사와 상관없이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회생법원이 회생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게 된다. 정부 권고안을 참고하겠지만 회생법원이 자체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성동조선과 함께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STX조선은 인력 감축 등을 통해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STX조선은 현재 수주잔량이 16척이다. 내년 3분기까지 일감이 남아 있어 앞으로 계속 수주할 수 있으면 조선소로서 위상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대해 추가 자금을 지원해주는 등 방안은 불가하다는 방침이다. STX조선이 RG 발급 이상의 지원을 기대하긴 힘든 만큼 독자 생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재만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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