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안갯속 조선업…배값 2008년보다 되레 30% 낮아
입력 2018-03-07 17:34  | 수정 2018-03-07 19:38
수주 회복세에도 조선업이 살아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한국신용평가는 크레디트 세미나를 열고 조선 업황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수주량이 전년 대비 회복되기는 했지만 제 궤도에 올라왔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한신평은 올해 조선사의 수주 물량 역시 선가가 낮은 수준에서 유지돼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며 원자재와 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당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수주 절벽'을 겪은 뒤 지난해 조선사들은 수주량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세계 경제 회복으로 선박 발주 증가가 예상되지만 이미 시장에 공급이 많이 이뤄진 것도 사실이다. 과거 수준으로 원활하게 수주를 따내기는 힘들다.
선박 수요조사 기관 클락슨은 "2022년이 돼야 2011~2015년 평균 수준까지 수주가 회복된다"는 전망을 밝혔다. 다만 외국 조선사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싱가포르 조선사가 저가 공세를 바탕으로 수주를 따냈다. 중국은 조선사를 국가적으로 육성하며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다. 정부는 선수금 지급보증(RG) 가이드라인을 변경해 저가수주를 사실상 허용했다. 안지은 한신평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발주가 먼저 살아나야 하고 전체 발주물량 중에서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느냐가 국내 조선사의 매출을 결정한다"며 "중국이 부상하며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수주 증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가가 오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세계 선박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클락슨 지표는 지난해 2008년에 비해 30%가 떨어진 수치를 보였다. 그마저도 2016년에 비해 소폭 회복된 수치다. 반면 국내 조선사가 주로 생산하는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컨테이너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가격은 꾸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선박의 주재료인 후판 가격에는 철광석과 연료탄 가격이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철광석과 연료탄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후판 가격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추가적인 원가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안 연구위원은 "지난해 수주가 다소 늘었지만 이익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원자재 가격이 저점을 지나 오른다는 점도 수익성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전히 저가수주 우려도 있기 때문에 수주 물량 질에 대한 확인이 계속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무안전성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회사채 상환이 많이 이뤄졌으며 부채가 단기 기업어음(CP) 위주로 돼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부동산과 지분 등을 매각하며 차입금을 크게 줄였다. 삼성중공업은 단기 부채 부담이 높은 수준이지만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안전성을 키웠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