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무건실화` 속도내는 이랜드, 새 파트너 물색에 中사업 새판짜기
입력 2018-03-06 15:48  | 수정 2018-03-06 18:36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한창인 이랜드그룹이 국내외 위기 돌파구 마련에 한창이다. 지난해 연말 약속했던 1조원 자본금 유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새로운 투자 파트너를 찾았다. 여기에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중국 패션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등 고강도 체질개선에 나섰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지주회사 이랜드월드는 최근 투자 유치사를 기존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PE)에서 스탠다드차타드(SC)증권으로 변경했다. 이랜드는 지난해 키스톤PE와 손을 잡고 1조원 규모의 이랜드월드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전환우선주(CPS) 발행 조건을 놓고 투자자와 협상 중 이견이 발생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지난해 연말을 기한으로 삼았던 외부 투자금 유치 기간을 올 6월로 미뤘다.
키스톤PE는 당초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7000억원을 지분(에쿼티) 투자로 모으고 나머지 3000억원은 금융권대출(인수금융)을 받는 방식으로 1조원 투자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1월 엥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000억원, 메리츠금융에서는 3000억원 등 총 5000억원을 유치한 이후 마땅한 외부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서 1조원 유치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한 차례 기한을 넘겼던 이랜드 입장에서는 약속한 시기를 지키기 위해 펀딩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새로운 투자 운용사를 물색할 수밖에 없다.

이랜드는 "올 상반기 1조원을 유치하겠다는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수금융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C를 선택했다"면서 "키스톤PE와 앵커는 이미 투자금을 낸 주주로서 남은 재무개선 작업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 측은 투자유치사는 변경됐으나 상반기 내 1조원 투자금을 확보하고 이랜드월드의 IPO는 물론 이어질 그룹의 지주사 전환 작업에도 문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회사의 호언장담과 달리 업계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이미 10여년 동안 IPO를 몇 차례 무산시킨 전력이 있는데다 기업 내부의 부정적 이슈가 끊이질 않으면서 시장의 신뢰도를 잃은 상태다. 이 가운데 선뜻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룹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중국 시장의 하락세도 이랜드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이랜드그룹 전체에서 중국 매출비중은 25%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랜드월드의 해외패션 매출액은 1조33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4%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92억원으로 66.4% 급감했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백화점, 고급 의류 상권 등을 파고들며 매출 성장세를 보였으나 중국 내에서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 경향이 나타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랜드는 이에 대응하고자 중국 사업부 전략 기획팀(TF)을 설치해 ▲ 시장 인지도 ▲매출 동향 ▲수익성 등을 기준으로 브랜드 등급을 A~C로 매기며 2016년도부터 브랜드를 철수하는 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실제 속옷 브랜드 에블린의 중국 매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24개로 전년 147개에 비해 23개 줄었다. 스코필드, 로엠, 스파오 등 또한 TF의 조사결과에 따라 매장을 정리하고 브랜드를 재정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온라인 사업을 보다 강화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아동 시장을 공략해 선제적 대응을 이어갈 예정이다. 일례로 영유아 브랜드 쇼콜라와 포인포베이비 등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해 패션부문의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올해 주도적인 입장에서 자본유치에 속도를 붙이고 있고 투자자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하면서 건실한 재무 구조를 만들고 있다"면서 "기존의 투자희망자를 포함해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다양하게 개방해 약속했던 1조 자본 유치를 상반기 안에 반드시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