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회복세에 힘입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초대형유조선(VLCC) 등을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특히 LNG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가 향후 선박·해양설비 발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말부터 지금까지 각각 8척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수주한 선종은 모두 VLCC와 가스 운반선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중공업도 전날 LNG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고 전했다.
최근 이어지는 수주 낭보는 지난해 시작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원유·석유제품·가스 등 관련 재화를 운반해야 할 선박 수요가 늘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해 6월 배럴당 42.53달러까지 떨어진 뒤 회복세를 보이며 65.14달러까지 올랐다. 이달 들어 60달러선이 잠시 무너지기도 했지만 현재는 다시 회복해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배럴당 62.5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LNG의 생산·운송 수요도 늘어나면서 우리 조선업계의 도크를 채워주고 있다. 오일메이저인 쉘은 내년 글로벌 LNG 생산설비 규모가 연산 3억7800만t으로 지난 2016년보다 약 4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더해 오는 2020년부터는 LNG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해 생산설비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도 분석했다.
LNG 관련 선박·설비는 한국 조선업계의 특화 분야다. 끓는점이 192도인 LNG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설비를 만드는 데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서다. 이에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은 각자의 LNG 관련 기술력을 과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대우조선은 LNG를 저장하는 화물창 기술인 솔리더스를 독자 개발했다. 이중금속방벽과 독일 바스프가 개발한 단열소재가 적용된 솔리더스 화물창은 저장된 LNG의 자연기화율을 0.05% 수준까지 낮췄다. 이전까지 LNG 화물창의 자연기화율을 낮추는 한계는 0.07%였다. 대우조선은 솔리더스를 적용한 17만㎥급 LNG운반선을 25년동안 운항하면 기존 화물창을 쓸 때보다 약 125억원어치의 LNG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기화된 LNG를 다시 액화시키는 기술 부문에서 앞섰다. 영국의 가스처리엔지니어링 업체 LGE(Liquid Gas Equipment)와 세계 최초로 공동 개발한 '혼합냉매 완전재액화' 실증설비를 지난달 말 울산본사에 구축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LNG운반선의 자연기화율을 0.017%로 낮출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그리스·러시아로부터 수주한 4척의 LNG운반선에 최초로 탑재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바다 위에 뜬 상태에서 육상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받은 가스를 액화해 LNG로 만들어 수출하는 연안형 LNG 생산설비(ASLNG)의 기본설계·건조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LNG-FSRU(저장·재기화 설비)의 재기화시스템을 독자 개발했다. LNG-FSRU는 해저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를 저장했다가 육상 터미널에 기체 상태로 공급하는 설비다. 삼성중공업의 재기화시스템은 글리콜 혼합액을 사용해 LNG 기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기존 방식보다 5%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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