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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는 스플리터 중독에 빠져 있다
입력 2018-03-06 12:35  | 수정 2018-03-06 13:40
롯데 자이언츠의 박세웅은 지난해 투구의 22.8%를 스플리터로 던졌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지난해 KBO리그는 여전히 타고투저였다. 2016년보다는 다소 완화됐지만 리그 타율(0.286)은 역대 3위였고, 장타율과 출루율을 더한 OPS(0.791)는 4위였다.
젊은 투수들이 잘 던진 건 희망적이었다. 지난해 24세 이하 투수들은 2968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5.46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평균(4.97)보다는 높다. 하지만 2139⅔이닝, 평균자책점 5.77에 그쳤던 2016년보다는 낮다. 젊은 투수의 더딘 성장은 지난 몇 년 동안 KBO리그의 큰 문제로 꼽혀 왔다.
타고투저든 투고타저든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점수가 많이 나는 경기를 좋아하는 팬들도 많다. 하지만 투타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지면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에서도 이런 우려가 보인다. 스플리터의 급격한 증가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4세 이하 투수들의 스플리터 구사율은 2015년 2.5%였다. 2016년엔 5.3%로 두 배 넘게 올랐고, 지난해엔 8.2%로 올랐다.
지난해 롯데 박세웅은 22세 나이에 10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남긴 내국인 우완 투수였다. 그의 주무기는 스플리터다. 전체 투구의 22.8%를 스플리터로 던졌다. 같은 팀의 박진형(23)과 김원중(24)도 스플리터 구사율이 10%를 넘겼다. 지난해 한화 대졸 2년차 사이드암 투수 김재영은 시즌 막판 5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따내며 팀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의 스플리터 구사율은 무려 39.1%에 달했다. NC 이민호, 삼성 최충연, kt 주권과 류희운 등도 투구의 10% 이상을 스플리터로 던진다.
스플리터는 젊은 선수들에게만 유행이 아니다. 리그 전체적으로 그렇다. 스플리터 구사율은 2015년 3.7%에서 2016년 6.1%, 2017년 8.3%로 올랐다. 구단 별로는 한화(15.2%), 롯데(12.8%), 넥센(10.7%), SK(8.7%)가 리그 평균보다 스플리터를 많이 던지는 팀이다. KIA(3.9%), 두산(5.7%), 삼성(5.8%)은 그 반대다.
일반적으로 스플리터는 투수의 건강에 이롭지 않은 구종이다. 특히 팔꿈치에 해롭다. 젊은 투수들의 구속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메이저리그에선 1970~1980년대 스플리터가 크게 유행했다. 하지만 지금 메이저리그 전체 스플리터 구사율은 1% 남짓이다. 유망주 투수들에게 스플리터를 금지하는 구단도 많다. KBO리그는 거꾸로 가고 있다.

차명주 KBO 육성위원은 손가락과 공이 만나는 면적이 좁을수록 스플리터는 팔꿈치에 부담을 준다. 바람직하지 않은 그립과 폼으로 스플리터를 던지는 투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투수가 속구가 아닌 공으로 타자의 바깥쪽을 공략하는 기본은 같은 손(우투 대 우타, 좌투 대 좌타)이라면 슬라이더, 반대라면 체인지업이다. 야구콘텐츠 생산그룹 ‘야구공작소 회원 박기태씨는 지난해 투타 매치업별 구종 빈도를 구했다. 좌투수는 좌타자를 상대할 때 슬라이더, 우타자일 때는 체인지업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정석이다. 우투수도 우타자를 상대할 때 슬라이더를 가장 많이 던졌다. 하지만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체인지업(11%)이 아닌 스플리터(17%) 빈도가 가장 높았다. KBO리그의 스플리터 ‘중독을 보여주는 수치다.
차 위원은 우투수가 좌타자 바깥쪽으로 공을 던질 때는 체인지업이나 싱커(투심패스트볼)가 효과적이다. 그런데 제구를 익히기 쉽지 않은 구종이다. 그래서 투수들의 스플리터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투구의 기본은 결국 패스트볼이다. 빠른공 제구가 좋지 않은 게 유망주 투수들의 가장 큰 문제다. 이 상태에서 스플리터에 의존한다면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스플리터가 유행을 타는 이유는 결국 타고투저 시대에 투수들이 살아남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스플리터는 부상 위험이 높지만 효과적인 구종이다.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피안타율이 낮다. 하지만 남용되면 효과가 떨어진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스플리터는 커브 다음으로 나쁜 구종가치가 나온 공이었다. 무엇보다 유망주 투수들의 건강에 좋지 않다. didofidomk@naver.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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