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D 프린터로 열과 고온에 강한 부품 제조…제2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막는다
입력 2018-03-05 14:21 
김현길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이 3D 레이저 프린팅 기반 산화물 분산강화 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자료제공 =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항공기 엔진이나 가스 터빈 부품처럼 고온을 견뎌야 하는 부품 소재를 3D 프린팅 기술로 손쉽게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5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3D 레이저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기존 대비 성능은 높이면서도 20배 빠르게 '산화물 분산강화(ODS)' 합금을 만들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산화물 분산강화 소재는 열에 강한 금속 재료에 고온에 강한 산화물을 섞어 만든 합금이다. 비행기 엔진, 원자로 부품, 가스 터빈, 미사일 노즐 등과 같이 고온과 열에 견뎌야 하는 국방, 에너지, 항공우주 산업 분야 부품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기존에는 합금을 만들 때 금속과 산화물을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 섞은 뒤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 또 초기 재료 단계에서 강화 공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완제품을 제작할 때 이미 강도가 크게 증가된 재료를 쓸 수밖에 없었다.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변형하기도 어렵다.

이에 반해 원자력연이 개발한 신기술은 시간과 비용을 기존 기술의 20분의 1로 낮췄다. 최종 제품을 만든 후 제품 금속 표면에 산화물 입자를 넓게 바르고 3D 프린터의 레이저 열원으로 금속을 녹이면서 동시에 산화물 입자를 혼합, 냉각하는 방식으로 금속 내부에 열에 견디는 층을 만든다. 산화물 입자를 금속 내부에 고루 분포시킬 수 있고, 사용자가 원하는 특정 부분만 강화할 수도 있다.
이번 연구는 '제2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막기 위해 시작됐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에는 원자로 내부 고온으로 핵연료 피복관이 변형·파괴돼 다량의 수소가 발생했고, 결국 수소 폭발로 이어졌다. 반면 신기술로 제작된 핵연료 피복관은 1200도 고온에서도 거의 변형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핵연료 피복관을 쓰면 수소 발생을 크게 억제해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참사로는 연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핵연료 피복관 시장 규모는 국내가 연 500억원, 세계 시장 연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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