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9550억 → 6463억원, 추락한 금호타이어 몸값
입력 2018-03-04 17:55 
금호타이어 몸값이 불과 1년 사이에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부진한 실적과 고비용 구조 등 금호타이어 내부 문제가 큰 이유지만 제대로 매각 협상을 하지 못한 채권단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KDB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중국 더블스타에 6463억원에 넘기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더블스타는 지난해 산은이 매각을 추진하다가 결렬된 업체다. 협상 대상은 1년 전과 똑같은데 가격만 낮춰 재협상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3월 산은은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지분 42.01%를 9550억원에 넘기기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당시 주식 시가에 78%의 할증을 붙인 금액이었다.
하지만 금호산업과 산은이 금호 상표권 사용요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이 협상은 지지부진해졌고 금호타이어 실적은 이전보다 악화됐다. 이에 더블스타는 산은 측에 지분 인수가격을 1550억원 인하한 8000억원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고 얼마 뒤에는 이보다 800억원 낮은 7200억원을 제시했다. 결국 산은은 지난해 9월 계약이 파기됐음을 공식 선언했다.
불과 1년 사이 금호타이어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실적 악화다. 지난해 금호타이어는 최악의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2016년 1201억원에서 156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 폭도 2016년 379억원에서 지난해 886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금호타이어의 세계 타이어 시장 점유율은 2011년 3.6%에서 지난해 2.6%로 낮아지는 등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근로자 1인당 임금 수준은 경쟁업체보다 높고 가동률은 낮은 한국 공장의 문제도 바뀐 게 없다. 유동성 상황이 악화되면서 부도·기업청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가격 하락을 요인이다. 협상을 이끌고 있는 산은도 금호타이어 가격 하락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상표권 문제를 어설프게 처리하는 바람에 더블스타에 가격 인하를 요구할 빌미를 제공했다"며 "그전까지는 산은이 주도하는 협상이었는데 상표권 사용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이후 더블스타가 태도를 강경하게 바꿨다"고 설명했다.
[김동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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