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법정 다툼을 벌이던 30대 부부가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유서를 통해 "가해자를 죽어서도 복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4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일 0시28분께 전북 무주군 한 캠핑장에서 A씨(37) 부부가 번개탄에 질식해 쓰러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아내 B씨(33)는 현장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씨는 4일 각각 숨졌다. 유족들이 A씨 부부를 실종신고하자 경찰이 핸드폰 위치를 추적해 이들을 발견했다. 펜션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 빈 소주병과 함께 부부가 각각 작성한 유서가 발견됐다.
A씨 부부가 쓴 유서에는 "가족에게 2명의 딸을 잘 보살펴 달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자신들을 이해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특히 B씨는 유서에는남편 친구이자 조직폭력배인 C씨(37)를 향해 '친구 아내를 탐하려고 모사를 꾸민 당신의 비열하고 추악함, 죽어서도 복수하겠다'는 글귀를 남겼다.
경찰에 따르면 충남 논산의 한 폭력조직 조직원인 C씨는 지난해 4월 A씨가 해외 출장을 떠난 틈을 타 B씨를 성폭행했고 지인들을 협박하고 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대전지검 논산지청은 C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 11월 C씨에게 폭력혐의는 인정하고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B씨가 성폭행 당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A씨 부부는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B씨는 사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만 수차례에 달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A씨 부부가 성폭력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들은 A씨가 작성한 유서 4장과 B씨가 작성한 유서 3장을 항소심 재판부에 증거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부부가 번개탄에 의한 질식사로 숨진 것으로 보고 시신을 이날 가족에게 인계했다.
[무주 = 박진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