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나도 너였다"…'태움 피해 의혹' 간호사 추모 집회
입력 2018-03-04 09:54  | 수정 2018-03-11 10:05
"나는 너였다, 나도 울었다. 이젠 더는 울지 마라."


지난달 15일 숨진 채 발견된 서울아산병원 신규 간호사 고(故) 박선욱씨를 추모하는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열렸습니다.

간호사연대(NBT)는 3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 추모 집회-나도 너였다'를 열어 박씨가 투신한 이유가 이른바 '태움'이라 불리는 가혹 행위라고 지목하고 이와 같은 구조를 당장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일컫는 용어로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입니다. 일선 간호사들은 '태움'이 교육을 빙자한 가혹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간호사와 시민 300명은 한 손에 촛불을, 다른 한 손에 흰 국화를 들고 박씨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이들은 집회에서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다시 하면서 간호사를 시작할 때의 초심을 다지고 추모곡 '나는 너였다'라는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박씨 유족은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유족이 오늘 병원에 가서 생전에 박씨가 병동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며 일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아 참석하지 못했다고 주최 측은 공지했습니다.

'유족 입장서'를 대독한 간호사연대 소속 최원영 간호사는 감정이 북받친 듯 흐느끼면서 "박 간호사가 큰 과실을 저지른 죄책감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헛소문이 돌고 있다"며 추측성 댓글 등에 대한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신규간호사 김소현씨는 주최 측에 보내온 편지에서 "태움은 필요악이 아니라 절대악이며 적폐 청산 대상"이라며 "일각에선 작은 실수가 환자 생명을 좌우하는 간호사 특성상 필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태움을 당하지 않으려고 실수를 감추거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정직하지 못하게 눈을 감는 사례가 많다"고 폭로했습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박 간호사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하루 16시간씩 일을 시킨 병원은 물론이고, 간호사 인력 부족을 방치한 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과 간호사 등 보건업을 '주 52시간 근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으로 남겨둔 정치권도 공범"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은 서울아산병원 앞 육교에 매달 추모 리본에 박씨를 위로하는 글을 남겨 주최 측에 전달했습니다. 간호사연대는 '태움' 근절을 위한 청와대 청원에 서명을 요청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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