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주열 효과…채권금리 상승세 더간다
입력 2018-03-02 15:59  | 수정 2018-03-02 22:36
미국발 무역전쟁에 주춤하던 채권시장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임 소식에 화들짝 놀랐다. 하루 사이 채권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오전 각각 전날보다 1.1bp(1bp=0.01%포인트), 3.0bp 하락해 2.255%, 2.706%를 보였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 연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오후장 들어 채권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졌다. 3년물과 10년물 금리가 각각 2.4bp, 0.5bp 오른 2.290%, 2.741%로 마감한 것.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값은 그만큼 상승했다는 의미다.
전날 미국이 철강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정책을 발표하며 채권 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 국고채 금리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미 국고채 금리도 1일(현지시간) 2년물과 10년물이 각각 5.6bp, 6.7bp 하락한 2.206%와 2.802%로 마감했다.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미국 증시가 떨어졌고, 투자자들은 주식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을 사들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역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수출이 둔해진다면 회복세를 보이던 성장률도 한풀 꺾일 수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이 연 1~2회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경기 변동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이미 시장금리가 결정됐는데 인상 횟수가 줄어든다면 그만큼 시장금리가 떨어질 수 있는 여지가 남은 셈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수출이 둔해질 경우 한국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제한될 수 있다. 자본 유출이 우려되는 수준으로 미국과 금리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며 "금리 상승 여지가 줄어들며 채권 가격이 강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은 기존 총재가 연임되면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 요인으로 받아들였다. 새로운 총재가 오면 기준금리 인상까지 걸리는 기간도 늘어날 수 있으나 이번 연임 발표로 대기 기간이 없어진 셈이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사라지며 시장이 놀랐다"면서 "이 총재가 최근 긴축적인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강도를 높이지는 않을 것 같다. 시장에서 너무 보수적으로 반응한 게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장기적으로도 채권 금리 상승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통상정책보다 통화정책이 채권시장에 더욱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이다. 무역 관세 부과는 채권 금리가 하락하는 요인과 상승하는 요인 양쪽으로 모두 작용할 수 있다. 경제 분쟁 격화에 주목할 경우 이번과 같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증시가 떨어지고 반대로 채권 가격이 뛰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철강 수입 가격이 오를 경우 자연스럽게 미국의 소비자물가도 상승한다.
금리가 이미 상승 추세에 접어든 점 역시 트럼프발 무역 분쟁의 영향이 채권시장에서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한번 금리 상승 추세가 시작되면 수년간은 지속된다고 봐야 한다"며 "관세 부과가 기준금리 상승 속도를 둔화시킬 수는 있지만 미국 법인세율이 떨어진 게 더욱 영향이 크다. 이제부터 나타날 법인세 인하 효과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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