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로 의약품 원료 만든다
입력 2018-03-02 11:04 
장석복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

국내 연구진이 석유, 천연가스 등 자연에 대량으로 존재하는 탄화수소로 의약품 원료가 되는 복잡한 유기물질 '감마-락탐'을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2일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카이스트 캠퍼스)은 자체 개발한 이리듐 촉매를 이용해 탄화수소로 감마-락탐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탄화수소(C-H)' 혼합물은 자연에서 구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해 가솔린, 파라핀, 항공유, 윤활유, 파라핀왁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많은 과학자들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탄화수소로 뇌전증 치료제, 혈관형성 억제제 등 의약품의 핵심 구성성분인 '감마-락탐'을 합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수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감마-락탐 합성 과정은 쉽지 않았다. 탄화수소의 '탄소-수소 결합'을 '탄소-질소 결합'으로 바꿔야 하는데 핵심 중간체인 '카보닐나이트렌(탄소와 질소를 원자로 하는 화합물)'이 불안정하고 쉽게 분해돼 복잡한 분자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질소화 과정에서 중간체가 분해되는 것을 막고 탄화수소에 효율적인 반응을 일으킬 촉매를 분석했다. 그런 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설계 완성도를 높였다. 이렇게 찾은 '이리듐' 촉매를 실제 화학반응 실험에 적용했더니 탄화수소로 감마-락탐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기술은 탄소-수소 결합을 '탄소-탄소' '탄소-질소' '탄소-산소' 결합으로 바꾸는 데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장석복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은 "질소화 반응의 중간체 분해 문제를 해결했고, 향후 탄소화나 산소화 반응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소재와 신약 개발의 이론적 기틀을 마련했고,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인 메탄가스로 새로운 합성원료를 만드는 등 환경과 에너지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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