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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서지혜 "3년간 짝사랑 역할만…사랑받는 연기 하고 싶어요"
입력 2018-03-02 07:01 
서지혜는 `흑기사`에서 악녀 샤론 역을 맡았다. 제공| HB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독특하고 특이해서 어떤 드라마가 나올지 궁금했어요. 여러 시대를 연기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이었죠."
배우 서지혜(34)는 KBS2 드라마 '흑기사'에서 문수호(김래원 분) 정해라(신세경)의 사랑을 시기하면서도 엉뚱한 행동으로 사랑받은 샤론 역을 맡았다. 정해라 전생인 분이의 저주를 받아 200여년 동안 늙지 않은 샤론은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악녀였다. "'흑기사' 주인공은 서지혜였다"는 호평도 받았다.
"감사하고, 과찬이죠. 샤론을 좋게 봐주신 거라고 봐요. 처음에는 캐릭터가 무거운 느낌이 들 것 같아 고민했어요. 샤론을 '위기의 주부들'처럼 블랙코미디 요소를 넣어 튀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죠."
샤론은 문수호 정해라 관계를 갈라놓으려고 애썼다. '문수호가 프라이팬 든 여자가 좋다'는 말을 듣고는 프라이팬을 들고 거울 앞에서 자세를 잡기도 했다. '흑기사' 인물 가운데 가장 매력적이었지만, 중반부부터는 문수호에 대한 집착을 반복했다.
"대본에 나온 대로 충실하게 잘 표현하는 것이 배우 입장에서 가장 중요했죠. 실제로 연애할 때는 질투가 거의 없는 편이에요. '갈 테면 가라'인 거죠(웃음). 질투하고 집착한다고 떠날 사람이 옆에 있는 건 아니니까요. 나이가 들다 보니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샤론은 주인공들을 괴롭히기만 한 인물은 아니었다. 문수호의 전생인 명소가 남편임에도 사랑받지 못했다. 명소 분이의 사랑에 항상 상처받았고, 이들의 현생에서도 자신을 밀쳐내는 문수호 앞에서 작아졌다.
"짠내나는 불쌍하고 애처로운 캐릭터였죠. 그래서 공감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연기하면서도 '이 친구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3년 동안 사랑받지 못하는 역할만 계속했네요. 이제는 짝사랑 말고 서로 사랑하는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서지혜는 30대가 된 후 연기가 편해졌다고 했다. 제공| HB엔터테인먼트

샤론의 옆에는 장백희(장미희)가 있었다. 장백희는 갓난아이였던 분이와 샤론을 맞바꿨다. 결국 두 여자의 운명을 뒤바꾼 죄로 샤론과 같이 죽지도, 늙지도 않는 벌을 받았다. 그러나 장백희는 샤론의 손에 죽게 됐고, 샤론도 불타 소멸했다.
"장미희 선생님과는 두 번째 작품이어서 편하게 호흡을 맞췄어요. '베스트커플상을 노리자'고 할 정도로 재밌게 촬영했죠. 마지막에 장백희가 등 돌리고 헤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짠했어요. 가족을 떠나보내는 느낌이었어요."
서지혜는 2003년 SBS '올인'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한 후 2005년 영화 '여고괴담4- 목소리'를 통해 눈도장을 찍었다. 시선을 사로잡는 외모로 주목받아 매해 작품을 쌓아왔다.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다가 2015년 SBS '펀치' 이후 연기로도 주목받았다.
"20대 때는 열정, 패기로 덤볐던 것 같아요. 30대가 돼서는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장면을 단순히 넘기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깊게 들어가고 싶었어요. 대본을 읽고 매력을 느끼는 작품을 열심히 하면 사랑받는 듯해요."
서지혜는 "200년의 세월을 살 수 있다면 30대 지금의 내 모습을 오랫동안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민이 많았던 20대 초반보다 성숙미가 느껴지는 현재를 더 반겼다. 일상과 더불어 연기에도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
"소소한 행복을 찾기 시작했어요. 30대가 된 이후로는 가족과 밥 먹거나 혼자 고독을 즐기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예전에는 불안함에 자신을 다독이지 못했는데, 욕심을 놓기 시작하니 연기할 때도 편해요. 연기 기술은 부족할지라도 진심으로 연기하려고 합니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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