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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기업에 또 M&A`…사모펀드 `시너지전략`
입력 2018-03-01 17:09  | 수정 2018-03-01 20:09
PEF 새 트렌드 '애드온'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세계 최대 식품회사인 네슬레는 지난해 매장이 50개도 되지 않는 미국 커피 프랜차이즈 블루보틀을 4600억원을 들여 전격 인수했다. 전 세계적 브랜드를 처음부터 개발해 성공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검증된 브랜드에 대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것이다. 네슬레는 작년에만 블루보틀을 포함해 3건의 M&A를 성사시켰다. 동종 기업 M&A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이른바 '애드온(Add-On) 전략'이다.
최근 이 같은 애드온 전략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기업가치 올리기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체투자시장 활황으로 자산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PEF들이 투자회수 실적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수 기업에 추가적인 M&A를 함으로써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애드온 M&A 사례로 국내 최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모던하우스 인수가 꼽히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이랜드로부터 생활용품 전문 유통업체 모던하우스를 7000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인수한 유통기업 홈플러스의 생활용품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모던하우스를 추가 인수한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당시 모던하우스와 함께 이랜드그룹의 외식사업부까지 인수해 홈플러스에 접목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로 인해 기존 대형마트 사업만으로 만족할 만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M&A를 통한 외재적 성장을 노린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PEF 업계에서 업종을 불문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상조회사인 좋은라이프를 인수한 뒤 동종기업 금강문화허브를 인수해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회원수 규모를 20만명으로 키우는 한편 양사가 가진 장점을 활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석이다. VIG파트너스는 이 같은 전략을 중고차 시장에서도 활용했다. 중고차매매기업 오토플러스를 인수한 뒤 수입차 딜러 전문 클라쎄오토까지 추가 인수했다.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수입차 인기가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2016년 CJ그룹으로부터 웨딩사업부인 아펠가모를 인수한 PEF운용사 유니슨캐피탈은 웨딩홀 '더채플'을 운영하는 유모멘트를 추가 인수해 총 6곳의 웨딩홀을 확보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형화가 제한된 웨딩홀 사업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포석이다. 지난해 초 쌍용양회를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대한시멘트와 한남시멘트를 쌍용양회에 넘기고 회사를 합병해 규모를 키웠다. 추가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시멘트업계의 M&A 가능성에 대비해 경쟁력을 확보해 놓으려는 전략이다. 한앤컴퍼니는 2013년 음료업체 웅진식품을 인수하고 동부팜가야를 추가 인수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도 했다.
로하틴그룹은 외식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BHC치킨, 창고43을 주축으로 큰맘할매순대국, 그램그램, 불소 등 외식 브랜드를 잇달아 사들이며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을 BHC 브랜드 아래로 통합했다. 식자재 유통 등 물류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낸 데다 주먹구구식 경영을 넘어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갖추며 높은 실적 신장세를 만들어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PEF 업계에서 애드온 전략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부대표는 "PEF가 인수한 기업의 가치 상승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드온 전략 등 적극적인 기업가치 상승 전략을 활용해야 하는 환경"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높아진 기업 매각가 눈높이로 인해 애드온 전략은 더욱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원표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소규모 회사는 상대적으로 매물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며 "기업들을 통합해 시너지를 내고 통합된 경영을 할 경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PEF가 직접 자금을 투자해 애드온 M&A 대상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보유 기업 자금을 인수자금으로 쓸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PEF가 투자 자금을 아끼며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출자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률을 돌려줄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커진다는 설명이다.
[한우람 기자 /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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