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조정장에 효자노릇…농산물펀드 `무럭무럭`
입력 2018-02-27 17:36 
원자재펀드 수익률 들여다보니
글로벌 증시 조정장에서 원자재 종목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수익률 측면에서 바닥을 기었던 농산물에 투자하는 펀드가 최근 반등에 성공한 반면, 원유와 금에 투자하는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펀드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만큼 생산 환경과 수요 변화를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2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에 설정된 50개 원자재 관련 펀드 중 농산물 관련 펀드가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대두(콩)에 투자하는 삼성KODEX콩선물ETF가 올해 수익률 4.02%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옥수수, 콩, 밀 등 선물에 분산투자하는 삼성KODEX3대농산물선물ETF와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ETF 역시 수익률이 3%를 상회했다.
지난해 주요 농산물 펀드는 연간 수익률이 -10%를 하회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미국 달러 약세와 중국의 경기 호조로 금·은·동 등 '원자재 랠리'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철저히 소외됐다. 주요 농산물 산지의 날씨가 평년보다 따뜻해 생산량이 크게 증가한 데다 공급과잉으로 국제 곡물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농산물 펀드의 수익률 반전은 기상 변화와 함께 시작됐다. 2012년 세계 농산물 시장을 강타했던 라니냐가 올해 다시 발생하리라는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가뭄이 아르헨티나를 강타하면서 그 우려가 현실화하기도 했다. 실제 세계 최대 콩 산지인 아르헨티나의 기상 요인으로 대두 가격은 18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경하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은 기상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원자재 시장에서 산업금속과 에너지 분야에서 수익률이 좋았다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농산물 쪽으로 매수세가 옮겨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펀드의 수익률 반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여전히 장기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 연구원은 "농산물은 들고 있으면 저장 비용으로 인해 손실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라 장기 투자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며 "현재 농산물 가격이 생산 원가를 겨우 맞출 정도로 바닥에 있는 데다 올해 중국의 농산물 수요 개선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 매수 관점에서는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펀드의 수익률 반등과 달리 지난해 좋은 흐름을 보였던 원유와 금 펀드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에 직면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유가 상승 국면과 함께 원유 ETF의 6개월 수익률이 20%를 상회했지만 최근에는 -5~-4%에 가까운 손실률을 보이고 있다. 금 선물에 투자하는 펀드도 최근 1개월 수익률이 -3~-2% 정도로 하락 반전했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 가격이 오를 경우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증가할 수 있어서 유가 상승폭에 제한이 되고 있다"며 "연초의 기대와 달리 배럴당 60~65달러 정도로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다"고 설명했다.
유가를 추종하는 ETF뿐만 아니라 원유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고배를 마시고 있다. 글로벌 정유회사와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블랙록월드에너지증권 펀드는 1개월 수익률이 -13.18%로 원자재 펀드 중에서 가장 낮은 성과를 보였고 프랭클린템플턴내츄럴리소스펀드(-9.55%), 키움글로벌천연자원펀드(-8.41%) 등도 수익률이 좋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원유와 금 펀드 쪽에 투자 비중을 크게 뒀다면 원자재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 팀장은 "미국과 중국이 인프라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밀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 확산에 따른 설비투자 확대로 비철광물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해 원유 쪽에 눈을 많이 뒀다면 이제는 비철금속이나 광물 기업들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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