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2월 23일 뉴스초점-워킹맘 10시 출근, 말로만?
입력 2018-02-23 20:31  | 수정 2018-02-23 20:44
'초등학교 입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오전 10시까지 출근할 수 있게 하겠다', 워킹맘들에겐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가 지난 7일, 고용노동부와 함께 초등학교 저학년, 특히 1학년 입학 예정자를 둔 부모를 위해 이렇게 발표했거든요.

일단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공공기관 근로자들은 출근을 오전 10시로 늦추고, 학부모는 일 년에 열흘 '자녀 돌봄'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출근시간을 오전 10시로 바꿔 단축근로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에는 1년 동안 한 달 최대 44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원하고요.

여성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는 이런 육아 정책들이 나오는 건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게 실제로 시행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겠죠.

10시 출근·열흘 휴가·단축 근로, 이건 다 회사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동안 유연근로제를 비롯해서 정부가 내놓은 육아 정책들, 제도가 있다는 걸 몰라서 못 쓴 게 아니라 눈치가 보여서 못 썼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지요.

이번에도 마찬가집니다.
사업주의 협조와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한데, 이게 또 갑갑합니다. 고용안정 장려금 고시 등이 개정되지 않아서 이 제도를 시행할 근거가 아직 마련되질 않았거든요.


고용부는 곧 관련 고시 등을 개정해서 3월부터는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열흘 뒤면 개학입니다. 이런 와중에 용기 있게 회사에 '전 이제 10시에 출근할 겁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회사원이 얼마나 될까요. 더구나 기업이 협조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땅히 제재할 방법도 사실 없습니다.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현장에서 적용하기 힘든 대책은 진짜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워킹맘들이 현실적으로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게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더 촘촘하게 짜고 홍보도 잘 해야 하죠. 그렇지 않다면 이번에도 말만 앞세운 '전시 정부'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겁니다.

뉴스초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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