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네이버·오뚜기…개미 `텐텐 클럽` 3조 베팅
입력 2018-02-23 15:59  | 수정 2018-02-23 19:16
코스피 10개종목 집중매수
10년 내내 장사를 잘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에 대해 올 들어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주식시장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년 연속 10%를 넘긴 종목들에 대한 개미의 순매수 규모가 올해 3조원을 넘긴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올 초반 성적표는 좋지 않다. 올 들어 평균 주가가 10% 이상 빠지며 고전 중이다. 일각에선 미국 주식 시장 조정 영향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이들 주가가 곧 반등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저가 매수 기회라는 시각이다.
23일 매일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10년(2008년~올해) 연속으로 ROE 10% 이상 종목들을 집계해보니 코스피에서 18곳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를 제외한 12월 결산 법인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사가 525곳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상장사의 3.4%에 불과한 셈이다.
18곳 중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늘어나면서 올해 개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지는 곳들로 추려보면 10곳으로 좁혀진다. 이들 10곳에 대한 개인 투자자 순매수 규모(올해 20일까지 누적 기준)는 3조667억원에 달한다. 다만 같은 기간 이들 10곳의 평균 주가 수익률은 -10.1%로 나타났다. 코스피 하락폭(-2.6%)보다 더 많이 하락한 셈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올 들어 개인들이 ROE가 높은 종목들 위주로 담고 있어 현명한 투자로 보인다"며 "미국 증시 조정에 따라 이들 대형주의 타격이 컸지만 이 같은 외부 변수가 끝나고 다시 실적 장세가 시작되면 이들의 주가 반등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석 대상 10곳 중 10년 평균 ROE가 가장 높은 곳은 네이버(41.4%)다. 최근 인터넷 포털 업체 맞수로 떠오른 카카오의 존재로 인해 최근 ROE는 하락 추세이지만 올해 추정 ROE가 18.7%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이 같은 수치는 네이버가 꾸준히 이익이 늘어 자본이 증가하는 와중에서 거둔 압도적 수치라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또 네이버는 작년에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를 늘리면서도 19.8%에 달하는 ROE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포털 광고와 일본 자회사 '라인'의 성장세를 발판 삼아 실적이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이 종목은 1조360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작년보다 15.4% 증가한 수치다. 라인의 경우 이미 작년 4분기에 흑자로 전환하면서 올해 네이버 실적의 발목을 잡을 만한 변수도 없는 상태다.
대부분 상장사들의 연간 ROE는 업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락세지만 삼성전자는 ROE가 10년 만에 2배로 뛰어 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를 겪은 삼성전자의 ROE는 10.1%였으나 올해 20.3%로 추정되고 있다. 이 기간 이 종목 수익을 책임져온 것은 반도체다. 메모리 반도체 중 D램과 낸드플래시의 압도적 글로벌 장악력으로 고수익을 쌓아온 것이다. D램과 스마트폰 사업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돼 작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17.1%로 추정된다. 이 같은 기대감에 개인들은 올 들어 2조7123억원을 순매수 중이다. 화장품 '대장주' LG생활건강의 경우 10년간 ROE가 꾸준히 20%를 넘긴 '괴물주'로 통한다. 올해는 21.6%로 추정된다. 작년 9303억원의 영업이익에 이어 올해 사상 첫 '1조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수주 '삼총사'인 코웨이·한샘·오뚜기도 꾸준히 10% 이상의 ROE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뚜기의 경우 오너들이 직원 채용 때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문화를 실행했고 경영권 상속 과정에서 세금을 전액 납부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갓뚜기'라는 칭호를 받았는데 주식시장에서도 개인들은 이 종목을 올 들어 320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오뚜기 제품에 대한 이미지 상승이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다품종 소량생산의 편의식품 제조에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는 등 종합 식품기업으로서 보기 드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경쟁력에도 오뚜기 주가는 올 들어 14% 하락해 낙폭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