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성 높아진 10대 증권사 작년 순익 3조, 138% '쑥'
증권사들이 일자리를 늘리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했다. 특히 키움증권은 1년 새 직원 수가 17%나 증가했지만 생산성(직원당 순이익 기준)이 가장 높은 증권사 자리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종금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직원 1인당 2억원 이상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생산성 높은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지점 매매 수수료) 비중을 줄이고 기업금융(IB)을 키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증권사들이 한때 안정적인 수익원이었던 주식 거래 수수료를 벗어나 기업공개(IPO) 등 새로운 수익 사업에 나서면서 자본시장의 양과 질이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의 작년 말 기준 직원 수는 2만3068명이다. 2016년 말(2만2888명)보다 0.8% 증가했다. 작년 10대 증권사의 순이익 합계는 2조9967억원으로 1년 새 13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1인당 순이익은 2016년 7720만원에서 작년 1억2990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증권사별로 보면 생산성 1위는 키움증권이 차지했다. 1인당 순이익은 작년 3억4500만원으로 압도적 1위였고 2016년(2억3500만원)보다도 증가했다. 그동안 다른 증권사보다 적은 직원 수로 '수익성만 높은 회사'라는 눈총도 받았지만 작년에 가장 공격적으로 인력을 늘리면서도 수익성을 높이는 기염을 토했다. 작년 말 직원 수 697명으로 전년 대비 99명(16.6%) 늘렸다. 증가율로 보면 10대 증권사 중 가장 높다.
늘어난 직원 대부분은 IB 쪽 인력으로 추정된다. 2016년부터 체질 개선에 나선 키움증권은 코스닥 IPO 주관을 중심으로 IB 영토를 늘리고 있다. 이 증권사는 2016년 이후 작년 10월 말까지 11곳을 코스닥에 데뷔시켰는데, 이는 업계 최다 기록이다. 대체투자 및 부동산금융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작년 말 채권발행시장(DCM) 부문을 3개 부서로,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을 2개 부서로 쪼개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키움증권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3552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의결하는 등 자본금 불리기에도 나섰다. 신규 자금은 신용공여 한도 확대와 IB 등 신사업 강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직원 생산성 2위(2억4700만원)는 메리츠종금증권이다. '부동산금융의 힘'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작년에 13.7%를 찍는 등 최근 4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이 증권사가 자본을 크게 늘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ROE를 유지하는 게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2009년 자기자본 5000억원에 불과했던 자본금도 작년 말 기준 3조3126억원으로 급증했다. 자본이 커지면 ROE는 떨어지게 마련인데 이 증권사는 미분양 담보대출 확약 등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부동산금융 비중을 줄이기 위해 인수금융이나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금융 지원 등 다른 IB 사업을 늘릴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6년 1인당 순이익이 1억원에 못 미쳤지만 작년에는 2억300만원으로 두 배 뛰었다. IB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직원 수를 1년 새 3.1% 늘린 가운데 거둔 성과다. 미래에셋대우와 순이익 기준으로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직원 수가 적어 생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작년 초대형 IB 지정과 함께 단독으로 단기금융업을 인가받으면서 발행어음 사업 선점 효과에 힘입어 '단독 1위'로 치고 나갈 발판을 마련했다. 이 증권사는 작년에 18곳의 알짜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주관 기업 수 기준 1위를 차지한 IPO 강자다.
이 밖에 NH투자증권도 IB, 주식매매 등 주요 사업의 고른 성장에 따라 생산성이 크게 높아져 작년에 1인당 1억2200만원을 벌었다. 작년 3501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린 덕분이다.
삼성증권은 2016년 7500만원에 그쳤던 1인당 순이익이 작년에 1억2000만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직원 수를 106명(4.9%) 늘리고도 IB 사업 수익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
작년 삼성증권의 구조화금융과 인수·합병(M&A) 수익은 전년 대비 113%나 증가했다. SK해운, ING생명, GS 등의 굵직한 M&A에서 성과를 냈다.
작년 말 4659명으로 직원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대우는 무거운 몸집에도 1인당 순이익 1억원을 달성했다. 합병에 따른 비용 증가로 2016년 생산성이 뚝 떨어졌지만 1년 만에 IB의 힘으로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일호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증권사들이 일자리를 늘리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했다. 특히 키움증권은 1년 새 직원 수가 17%나 증가했지만 생산성(직원당 순이익 기준)이 가장 높은 증권사 자리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종금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직원 1인당 2억원 이상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생산성 높은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지점 매매 수수료) 비중을 줄이고 기업금융(IB)을 키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증권사들이 한때 안정적인 수익원이었던 주식 거래 수수료를 벗어나 기업공개(IPO) 등 새로운 수익 사업에 나서면서 자본시장의 양과 질이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의 작년 말 기준 직원 수는 2만3068명이다. 2016년 말(2만2888명)보다 0.8% 증가했다. 작년 10대 증권사의 순이익 합계는 2조9967억원으로 1년 새 13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1인당 순이익은 2016년 7720만원에서 작년 1억2990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증권사별로 보면 생산성 1위는 키움증권이 차지했다. 1인당 순이익은 작년 3억4500만원으로 압도적 1위였고 2016년(2억3500만원)보다도 증가했다. 그동안 다른 증권사보다 적은 직원 수로 '수익성만 높은 회사'라는 눈총도 받았지만 작년에 가장 공격적으로 인력을 늘리면서도 수익성을 높이는 기염을 토했다. 작년 말 직원 수 697명으로 전년 대비 99명(16.6%) 늘렸다. 증가율로 보면 10대 증권사 중 가장 높다.
늘어난 직원 대부분은 IB 쪽 인력으로 추정된다. 2016년부터 체질 개선에 나선 키움증권은 코스닥 IPO 주관을 중심으로 IB 영토를 늘리고 있다. 이 증권사는 2016년 이후 작년 10월 말까지 11곳을 코스닥에 데뷔시켰는데, 이는 업계 최다 기록이다. 대체투자 및 부동산금융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작년 말 채권발행시장(DCM) 부문을 3개 부서로,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을 2개 부서로 쪼개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키움증권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3552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의결하는 등 자본금 불리기에도 나섰다. 신규 자금은 신용공여 한도 확대와 IB 등 신사업 강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직원 생산성 2위(2억4700만원)는 메리츠종금증권이다. '부동산금융의 힘'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작년에 13.7%를 찍는 등 최근 4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이 증권사가 자본을 크게 늘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ROE를 유지하는 게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2009년 자기자본 5000억원에 불과했던 자본금도 작년 말 기준 3조3126억원으로 급증했다. 자본이 커지면 ROE는 떨어지게 마련인데 이 증권사는 미분양 담보대출 확약 등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부동산금융 비중을 줄이기 위해 인수금융이나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금융 지원 등 다른 IB 사업을 늘릴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6년 1인당 순이익이 1억원에 못 미쳤지만 작년에는 2억300만원으로 두 배 뛰었다. IB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직원 수를 1년 새 3.1% 늘린 가운데 거둔 성과다. 미래에셋대우와 순이익 기준으로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직원 수가 적어 생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작년 초대형 IB 지정과 함께 단독으로 단기금융업을 인가받으면서 발행어음 사업 선점 효과에 힘입어 '단독 1위'로 치고 나갈 발판을 마련했다. 이 증권사는 작년에 18곳의 알짜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주관 기업 수 기준 1위를 차지한 IPO 강자다.
이 밖에 NH투자증권도 IB, 주식매매 등 주요 사업의 고른 성장에 따라 생산성이 크게 높아져 작년에 1인당 1억2200만원을 벌었다. 작년 3501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린 덕분이다.
삼성증권은 2016년 7500만원에 그쳤던 1인당 순이익이 작년에 1억2000만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직원 수를 106명(4.9%) 늘리고도 IB 사업 수익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
작년 삼성증권의 구조화금융과 인수·합병(M&A) 수익은 전년 대비 113%나 증가했다. SK해운, ING생명, GS 등의 굵직한 M&A에서 성과를 냈다.
작년 말 4659명으로 직원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대우는 무거운 몸집에도 1인당 순이익 1억원을 달성했다. 합병에 따른 비용 증가로 2016년 생산성이 뚝 떨어졌지만 1년 만에 IB의 힘으로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일호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