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지방 미분양 `위험수위`…부산진구·통영·보령 등 44곳 1년새 2배
입력 2018-02-14 15:59  | 수정 2018-02-14 17:07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미분양 주택 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방은 미분양 주택 수천 가구가 쌓인 채로 남아 있고 1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악재에 신음하고 있지만, 서울은 25개 자치구 전체를 통틀어 미분양 주택이 45가구에 불과했다.
매일경제가 14일 부동산조사기관 리얼투데이와 국토교통부 미분양 아파트 자료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전국 229개 시·군·구 단위 지자체 중 미분양 아파트가 2016년 말 대비 2017년 말 2배 이상 늘어난 곳은 44곳에 달했다. 이는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숫자다.
부동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남지역에서 특히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어났다. 44개 지역 중 영남지역이 16곳을 차지했다. 특히 청약 시장에서 훨훨 날던 부산의 추락이 눈에 띈다. 부산은 금정구, 수영구, 부산진구, 북구, 서구, 기장군 등 총 6곳의 미분양이 급증했다. 광역지자체 중 미분양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증가한 것. 지역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보다 심각하다.
부산 북구는 2016년 12월 미분양이 전무했으나 지난해 말 165가구로 급증해 부산 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6년 12월 1가구, 7가구에 불과했던 부산 서구와 부산진구 미분양 아파트는 1년 만에 각각 97가구, 532가구로 급증했다. 부산진구의 미분양 아파트 가구는 부산에서도 독보적 1위다. 부산진구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하게 가해 조정대상지역으로 넣은 곳이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기에 정부 규제로 청약시장까지 얼어붙어 미분양 폭탄이 쏟아진 것이다. 부산진구 외에도 수영구와 기장군 역시 조정대상지역이면서 미분양 주택이 2배 이상 늘어난 곳에 해당된다.

이 밖에 영남지역에선 울산이 2곳(북구·동구), 경남이 5곳(김해시·통영시·사천시·밀양시·의령군)으로 경남지역 미분양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년 대비 미분양 주택이 2배 이상 늘어나진 않았지만 여전히 미분양 주택 수천 가구가 쌓여 있는 경남 창원은 매우 심각하다.
창원의 2016년 말 미분양은 3287가구로 이미 우려되는 상황이었는데, 작년 말 5360가구로 늘었다. 기존에도 미분양 주택이 많아 수치상으로 2배까지 늘진 않았지만 물량으로 보면 전국에서 빈 주택이 가장 많다.
김해시는 2016년 459가구 남짓에서 지난해 말 1204가구로 3배 치솟았다. 김해시는 6개월 새 아파트 매매가가 1% 이상 떨어졌고, 주택거래량도 3개월 연속 20% 하락해 정부가 지정을 추진 중인 청약조정위축지역의 기술적 조건을 갖춘 곳이다. 여기에 미분양 주택 수 조건까지 채워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 밖에 밀양시와 의령군이 2016년 말 각각 7가구, 0가구였으나 1년 만에 219가구, 144가구로 급증하며 가장 가파른 증가율을 기록했고, 경북 역시 성주군, 청도군 등 2곳에서 미분양이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영남지역뿐 아니라 매매가격이 떨어지고 상태가 좋지 않은 지자체는 여지없이 미분양이 크게 늘었다. 경기도는 양극화가 심각하다.
동탄신도시가 있는 화성은 수서발 고속철도(SRT) 개통과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등 호재가 있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량이 공급되다 보니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선 미분양이 쌓였다. 2016년 말 미분양 주택은 240가구였지만, 지난해 말은 1006가구로 4배 넘게 늘어났다. 이천시는 재작년 말 미분양 주택이 81가구로 양호했지만 1년 새 842가구나 늘어났다.
증가율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절대적 미분양 주택 수가 많은 곳도 경기도에 상당한 것이 확인됐다. 규제 지역에 들어간 '다산신도시'가 있는 남양주시는 2017년 12월 현재 미분양 주택 2044가구를 보유해 경기도에서 가장 많다. 안성시도 여전히 미분양 아파트 1521가구가 남아 있고, 용인시도 1160가구가 분양되지 않았다.
반면 서울과 가까운 과천, 성남은 미분양이 전혀 없다.
지방에서 미분양 대란이 발생한 것은 무분별한 개발과 규제라는 이중 덫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방혁신도시 조성을 적극 추진하고 공공기관 이전이 하나둘 이뤄지면서 들어선 신축 아파트들이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미분양 주택이 많은 경남 창원이 대표적이다. 지방혁신도시로 지정된 후 2012년부터 민간 아파트 분양이 시작됐고 각종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며 비상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 주택들이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당초 계획된 아파트 건설은 계속되고 있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지방 분양 관계자는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개발 중인 지방혁신도시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어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혁신도시가 완전히 모양을 갖춰야 문제가 해결될 텐데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정부가 서울 등 일부 지역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자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려는 투자자들이 핵심 지역 외 주택을 처분하면서 지방 부동산 경기 하락이 가속화했다. 지방에선 신규 분양하는 단지에도 청약을 넣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돼 상황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지방과 달리 서울은 미분양 걱정이 전혀 없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곳은 미분양이 아예 없다. 나머지 6곳도 모두 합쳐 45가구에 불과하다. 항동지구 등 민간택지 개발로 아파트 공급이 많이 늘어난 구로구만이 미분양이 2배 이상 늘었다.
2016년 12월 당시 서울시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총 274가구가 있었지만 이들 대부분이 팔려나가면서 분양 시장에서도 서울 쏠림 현상이 극명하다는 걸 증명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양극화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라며 "지방 미분양 물량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은 전체 부동산 시장을 봤을 때 위험한 신호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지역 부동산을 되살릴 묘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인혜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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