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中小 거래소 반란…"블록체인협회 집단탈퇴"
입력 2018-02-14 15:48  | 수정 2018-02-19 10:24
가상화폐 거래소 국내 대표 단체인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출범 한 달 만에 위기를 맞았다. 27개 거래소 회원사 중 절반 이상이 탈퇴를 결심했기 때문이다. 자율규제가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가상화폐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 불안 요소가 더 커지게 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를 서비스하는 스트리미, 코인네스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2곳은 공동 명의로 지난 12일 협회에 성명을 보냈다. 협회비 집행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정관 변경 요구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납득할 만한 답변이 없다면 협회비를 납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협회 측은 이에 대해 공식 답변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결별 수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명을 보낸 건 12곳이지만 실제로는 최대 23개 회원사가 협회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블록체인협회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라는 거물급 인사를 초대 협회장으로 내세우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창립식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축사를 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창립 직후부터 잡음이 발생했다. 중소 거래소들은 자율 가이드라인 준비 과정에서 소외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탈퇴를 결심한 거래소 중 한 곳의 대표는 "자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협회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인 통보만 받았을 뿐 의견이 반영된 적이 없다"면서 "빅4 거래소를 제외하곤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해 피해만 봤다"고 주장했다.
갈등이 폭발한 건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도입된 지난달 30일부터다. 시중은행들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만 실명계좌 서비스를 오픈했다. 나머지 거래소들에는 '은행 내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면서 계좌 발급을 거부했다. 실명계좌가 없으면 거래소가 투자자의 신규 자금을 유치할 수 없다.
현재 신한, 농협 등 가상화폐 실명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중은행은 취급 거래소 확대계획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나머지 거래소들은 협회 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마땅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빅4 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협회와 나머지 거래소들이 대립구도를 형성함에 따라 향후 가상화폐 시장은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탈퇴를 선언한 12개 거래소 회원은 7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큰 우려는 자율규제안 무력화다. 현재 국내 거래소는 별도 법률이 아닌 자율 가이드라인에 맞춰 운용하고 있는데, 협회를 탈퇴할 경우 이를 따를 필요가 없어진다. 예를 들어 현재 협회 방침으로 가상화폐 가격의 무분별한 투기를 막기 위해 신규 가상화폐의 국내 거래소 상장을 중지하고 있는데 협회를 탈퇴한 회원사는 이를 지키지 않을 수 있다.
가격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큰 신규 가상화폐가 국내 거래소들에 대거 상장될 경우 투자금이 몰리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명계좌 발급이 안 돼 현금 입금은 불가능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 간 이동 방식으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협회 측은 "실명계좌 발급 문제는 각 거래소 존폐가 걸린 문제여서 협회가 잔류를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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