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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결승 폭설, 꼭 불리했던 건 아니다”
입력 2018-02-08 19:58 
베트남 축구 대표팀의 박항서 감독.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이 맞붙은 2018 AFC U-23 챔피언십 결승은 폭설로 온전한 경기를 치르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따뜻한 기후의 베트남에서 눈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다. 대다수 베트남 선수들에겐 생소한 첫 경험이었다.
악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베트남은 우즈베키스탄과 팽팽하게 맞섰다.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했을 따름이다. 긴장 없이 즐겼다는 이영진 수석코치도 가장 안타까워한 순간이었다.
만약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 박항서 감독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껄껄 웃었다. 오히려 더 많은 실점을 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은 추위에 약하다. 그래서 중국으로 떠나기 전 독감 예방 주사를 맞기도 했다. 대회 직전 상하이에서 적응 훈련을 실시했는데 상당히 추웠다. 그게 대회를 치르는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승을 앞두고 눈이 많이 내렸다. 선수들이 신기해하며 눈싸움까지 하더라. 장비가 부족해 긴급 공수하기도 했다”라며 그러나 첫 설중 경기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니다. 그라운드가 미끄러운 것은 서로 같다. 오히려 키가 큰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의 동작이 더 느릴 수 있다. 체격이 작고 민첩한 우리가 유리한 부분도 있다. 이 같은 부분을 선수들에게 강조했다”라고 덧붙였다.
베트남은 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AFC 주관 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사상 최초다. 베트남이 한 계단씩 오를수록 박 감독의 지도력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베트남 선수들을 한 명씩 안아주는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내가 베트남어를 못해 소통이 어려운 면이 있다. 통역이 있지만 직접 말로 전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스킨십으로 전하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축구팬은 큰 업적을 남긴 박 감독에게 ‘베트남의 히딩크 ‘쌀딩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거스 히딩크 감독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했다. 박 감독은 당시 코치로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다.
동남아축구 시장을 개척해보고 싶었다는 박 감독은 단기간 성과를 냈다. 히딩크 감독과 동고동락하며 많은 걸 배웠지만, 전적으로 그에 따른 것은 아니다. 박 감독의 오랜 지도자 경험도 밑바탕에 깔려있다.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님은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노하우가 있다. 그렇지만 오래 전부터 나름대로 정리해 둔 나만의 노하우도 있다. 이를 잘 활용했다”라고 전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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