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2월 6일 뉴스초점-막말 검사
입력 2018-02-06 20:10  | 수정 2018-02-06 20:45
'그렇게 강간당하는 게 싫었다면 욕이라도 해주지 그랬습니까',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부모님 재산도 몰수하겠습니다'

언뜻 들어도 어이가 없는말들이죠.
더 기가 찬 건 이 말을 한 사람이 대한민국 검사들이라는 겁니다. 지난달 대한변호사협회가 발표한 2017 검사평가 보고서에 나온 실제 사례 가운데 일부입니다.

5년 전,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에게 '아빠와 사귄 것 아냐'고 했던 검사부터, 이듬해 뇌물혐의를 조사하던 중 피의자의 아들과 딸, 사위까지 소환해 강압 수사를 한 검찰 수사관 등 이미 수차례 논란이 있었음에도 변한 건 없었습니다.

이유는 막말 검사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입니다. 현행 검사징계법상 징계의 종류는 해임과 면직·정직·감봉·견책으로 나뉩니다. 쉽게 말해서, 공무원에게 가장 센 징계인 '파면'이 없는 겁니다. 때문에 어떤 징계를 받아도 퇴직금은 그대로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는데도 아무런 제약이 없는 거죠.

또 검찰총장이 청구를 해야 법무부에서 징계심의를 시작하고, 징계 결정도 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제 식구를 엄하게 처벌해달라는 가장이 과연 있을까요.

미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판·검사를 선출제로 임명합니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로 5년 이상의 경력을 검증받은 뒤 피선거권을 받을 수 있는데, 법관으로서의 경험을 우선으로 평가하고 대중을 통해 인격까지 검증받습니다. 그저 공부만 잘 해 시험에 합격해 임관한 우리 검사들과는 시작부터가 다르죠.


검사평가에선 잘못한 사례 외에 우수한 검사도 공개가 됐습니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공정하고 소신 있게 조사한 12명입니다. 안타까운 건 평가 대상 1,327명 중 12명밖에 안 된다는 거죠.

검찰개혁은 단순히 잘잘못만을 처벌하는 게 아닙니다. 조직과 권위 이전에 인격과 인성을 우선하는 검찰이 될 때 진정한 개혁이 되는 겁니다. 그래야 추락한 위상도 되찾고 국민의 신뢰도 얻게 될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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