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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유동성 파티 끝?…美증시 한파, 세계 덮쳤다
입력 2018-02-06 17:53  | 수정 2018-02-06 23:47
◆ 미국發 증시 한파 ◆
미국의 '임금 상승발 인플레이션' 신호가 주식·채권·금·달러 등 글로벌 자산가격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2015년 12월부터 통화 긴축(기준금리 인상)을 개시한 미국이 인플레이션 상승 흐름에 대응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시장 우려가 미 증시를 강타하면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미 국채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과 함께 지난 2일(현지시간) 2.5% 급락한 미국 다우지수는 3~4일 주말 휴장 뒤에도 패닉 장세를 면치 못했다. 5일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1175.21포인트(4.6%) 급락해 미 증시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불과 2거래일 만에 1841포인트가 추락한 것으로 올해 증시 상승분을 전부 토해냈다. 이날 다우지수 하락률은 2011월 8월 이후 최대치이고 포인트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하락폭이다. 다우지수는 6일 개장 직후에도 2%대 하락(한국시간 오후 11시 30분 기준)한 채 출발했다.
미국의 탄탄한 기업 실적을 감안할 때 9년 가까이 이어진 강세장이 마무리되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는 해석이 우세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을 한껏 빨아들이면서 상승세를 이어온 미 증시가 어느 순간 고꾸라질 수 있다는 시장 경계감은 부쩍 높아졌다. 특히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마저 통화 긴축 모드로 선회할 경우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낀 거품이 걷히면서 본격적인 자산가격 재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글로벌 유동자금이 뉴욕 증시와 선진국 부동산 등 우량자산에 대거 유입됐고 오랫동안 자산가격 상승이 이어졌지만 미 임금 상승이라는 호재가 오히려 미 증시 급락 등 글로벌 자산의 재조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3일 퇴임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미 주식과 업무용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높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글로벌 증시 폭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되면서 미 국채값이 이날 급등하긴 했지만 올해 첫 한 달여 동안 44bp(1bp=0.01%포인트)나 금리가 뛸 정도로 채권값은 하락세를 보였다. 유럽·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국채값이 이례적으로 높았지만 순식간에 약세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미 달러화도 안전자산 투자 심리에 이날 강세를 보였고 보통 달러와 반대 흐름을 보이는 유가는 2% 급락(서부텍사스산원유)했다. 이처럼 글로벌 자산가격이 요동치고 시장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오후 3시께 37선까지 급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변동성지수가 20선 위로 치솟은 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11월 이후로 처음이라고 전했다. 유럽 주요 증시도 6일 개장과 동시에 일제히 하락 출발해 오후 1시 30분 현재(영국시간 기준) 2%대의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6일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4~5%대 폭락한 것에 비하면 한국 증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이날 각각 1.54%, 0.01% 하락했다. 미국발 증시 급락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증시 전체가 블랙홀에 빠질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자산가격의 급격한 조정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아직까지 우세한 상태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는 지난 10년간의 글로벌 강세장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다는 점이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신헌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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