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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닛케이 한때 7% 폭락…홍콩도 5%대 `와르르`
입력 2018-02-06 17:51  | 수정 2018-02-06 23:22
◆ 미국發 증시 한파 ◆
"이런 식의 주가 급락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 이후 본 적이 없다. 그야말로 패닉 셀(공포심리로 인한 투매현상)이었다."
팀 앤더슨 TJM인베스트먼트 전무는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무려 1175포인트 급락해 포인트 기준으로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개장 초부터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공포를 몰고 올 정도 급락은 아니었다. 시장이 급변하기 시작한 건 오후 2시 40분. 다우지수는 30여 분 만에 2만4000선으로 추락해 장중 1600포인트 떨어졌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폭락의 원인을 '투자심리의 급격한 위축'에서 찾았다. 미 증시를 크게 위협할 만한 악재가 터진 게 아닌데도 속절없이 4.6%나 떨어진 건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졌다는 방증이다. 특히 장 막판에 헤지펀드와 금융회사의 프로그램(컴퓨터 시스템에 의한 거래) 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날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은 여전히 이례적으로 강하다"는 성명을 내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 기류를 되돌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투자심리가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 조정 국면이 추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월가 금융사 관계자는 "이틀 만에 올해 증시 상승분을 다 토해냈다"며 "앞으로 4~5%가량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일부터 미 증시를 패닉으로 몰고간 단초는 임금상승발 인플레이션 우려였다. 200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미 임금상승 신호가 국채금리 급등을 초래했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예상보다 끌어올릴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확산되면서 주식 투매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2015년 12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개시한 미 연준은 유동성 환수의 고삐를 당기는 와중에도 실업률 하락에 따른 임금상승 움직임이 미약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그널이 마침내 포착되면서 미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졌다. 연초만 해도 미 월가에선 올해 3회 금리인상 전망이 대세였지만 어느새 '최소 3회, 4회 가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일부 전문가는 5회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올해 4회 이상 금리인상 확률을 약 25%로 예상했다. 작년 9월만 해도 이 확률은 거의 제로였다.
미 증시 폭락과 함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되자 미 국채가격이 급등(국채금리 급락)했다. 5일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71%로 전 거래일보다 13bp(1bp=0.01%포인트)나 하락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44bp 상승해 채권시장이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5일 하루 사이 금리가 뚝 떨어진 것이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이틀간의 투매 양상 속에서도 증시 회복을 기대하는 시각은 여전히 적지 않다. 에런 앤더슨 피셔인베스트먼트 리서치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견고한 기업 실적이 증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거물' 레이 달리오는 블로그에 "지금의 주가 급락은 가벼운 조정이며 예상보다 조금 빨리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다우증시 폭락의 충격은 아시아시장에서도 6일 그대로 일어났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날 대비 4.73% 하락한 2만1610.24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화 대비 엔화값은 전일 대비 1엔 이상 상승했다. 홍콩 중국 대만 등 주요 증시도 이날 3~4%가량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 전체가 급락을 면치 못했다.
특히 이날 일본시장은 장중 한때 하락 폭이 1603포인트(7.07%)에 달했는데 이는 17년10개월 만이다. 미국 증시 하락을 불러온 유동성 축소 우려 영향에서 일본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전망 때문이다. 곧 일본은행이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자금에 대한 회수에 나서면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일본은행은 매년 6조엔(약 60조원) 넘는 돈을 닛케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형태로 주식시장을 떠받쳐 왔다. 닛케이지수가 지난달 2만4000선을 넘어서며 26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하자 일본 내에선 '일본은행발 관제 버블'이란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홍콩 항셍지수는 6일 3만595.42를 기록해 전 거래일 대비 무려 5.12% 떨어졌다. 항셍지수는 지난달 3만3000선을 상향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으나 3만 초반대까지 미끄러지면서 올해 최고점 대비 7%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종가 대비 3.35% 하락한 3370.65로 마감했으며, 선전종합지수도 낙폭을 키우면서 4.44% 하락해 1726.09에 거래를 마쳤다.
새뮤얼 시우 필립스퓨처스 애널리스트는 CNBC에 "홍콩과 중국 증시는 몇 주 전부터 평소보다 큰 변동성을 보였다"면서 "중국 기업 실적발표 시기와 정부의 강도 높은 금융 감독이 겹쳐 중국 증시가 선회하는 형태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46% 하락한 7334.98로 마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도쿄 = 정욱 특파원 / 서울 = 박대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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