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PD수첩·민간인사찰 등 검찰 과거사위 12건 우선 조사
입력 2018-02-06 16:30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가 PD수첩 사건,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과거 검찰 수사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사전조사 대상에 30여년 가까이 지난 사건 뿐만 아니라 이미 검찰이 외부전문가들로부터 '수사와 기소에 문제가 없었다'고 인정받은 사건까지 포함돼 선정 기준의 적정성과 조사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경찰도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용산 참사 등 공권력 행사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진 5개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검찰 과거사위는 6일 "과거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12건의 사건을 1차 사전 조사 사건으로 선정하고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에 사전 조사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향후 대검 조사단의 사전 조사 보고를 받고 정식 조사 대상 사건을 선정할 방침이다.
이날 과거사위가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사건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기타 검찰이 관련된 인권침해 또는 검찰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 김근태 고문 사건(1985년) ▲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년) ▲ 유성기업 노조 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2011년) 등이 선정됐다.

'재심 등 법원의 판결로 무죄가 확정된 사건 중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도 조사 대상이다. ▲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 PD수첩 사건(2008년) ▲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사건(2012년) 등이 포함됐다.
또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의혹이 상당함에도 검찰이 수사 및 공소 제기를 하지 않거나 현저히 지연 시킨' ▲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사건(2010년)도 조사한다. 이들 12개 개별 사건 외에도 ▲ 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 ▲ 간첩 조작 관련 사건도 '포괄적 조사 사건'으로 1차 사전조사 대상이 됐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PD수첩 사건은 정부의 수사 의뢰라는 이례적 방식으로 수사가 시작됐고, 무리한 강제수사와 사건과 무관한 피의자들의 사생활이 공개되는 인권침해 의혹 등이 제기됐다"며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또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사건에 대해선 "증거능력이 의심되는 진술 밖에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검찰이 이에 의존해 무리한 기소를 감행했다"며 "허위 증거가 제출된 과정에서 검찰의 역할이 재판에서 밝혀지며 커다란 충격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무·검찰은 과거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에 대해 자체적 조사를 하거나 반성을 한 적이 없었다"며 "어둠 속에 묻힌 진실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나 조사단이 역경을 이겨내고 그 진실을 찾아낼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과거사위는 이날 법무부 청사에서 대검 진상조사단과 첫 연석회의를 열고 12개 개별 사건과 2가지 포괄적 사건의 사전 조사를 대검 조사단에 권고했다. 이날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대검 조사단은 외부단원인 교수 12명, 변호사 12명, 검사 6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된다. 서울동부지검에 사무실을 마련한 조사단은 5명이 한 팀을 이뤄 개별 사건을 나눠 조사하고 그 결과를 검찰 과거사위에 보고한다. 또 이번 권고 사건과 별도로 2차 사전조사 사건 선정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경찰청도 이날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팀'을 꾸리고 본격적으로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민간 출신 전문 임기제 공무원 팀장을 필두로 3개 팀(각 6명)으로 구성되며 기본 1년 활동에 6개월씩 두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진상조사팀의 조사 대상은 지난해 8월 발족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권고한 ▲백남기 농민 사망 ▲용산 참사▲평택 쌍용차 파업 ▲밀양 송전탑 건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 5개 사건이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위원회 훈령에 따르면 각 사건당 조사기간은 6개월이지만 조사단은 3개월 안에 단일 사건 조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기존에는 경찰 권력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나올 만한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며 "이번 진상조사를 계기로 인권경찰로 거듭날 수 있는 기준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경찰이 국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헌법이 정한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서 제대로 공권력을 행사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경찰관 개인의 직무상 위법 행위나 비위, 공권력 남용 등은 기존 경찰 조직 내에 있는 감찰 기구에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 이용건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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