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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진짜타자] 박병호의 홈런, 손바닥부터 시작된다
입력 2018-02-06 14:40  | 수정 2018-02-06 21:33
KBO로 컴백한 홈런타자 박병호. 사진=김영구 기자
올 시즌 KBO리그에 복귀하는 박병호(넥센 히어로즈)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과 타점부문 1위에 올랐다.
2014년(52개)과 2015년(53개)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기록했으며 KBO리그에서 9시즌 동안 86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1(2748타수 773안타) 210홈런 604타점 535득점의 성적을 거뒀다.
야심차게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지만 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전격적으로 KBO리그에 복귀하는 박병호.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진 못한 것에 대한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다. 박병호는 복귀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평균 구속과 제구에서 KBO리그와는 차이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병호의 강점은 어떤 볼이든 홈런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특히 타자 몸쪽에 바짝 붙는 볼을 팔을 펴지 않고 몸통 회전을 이용해 배트의 스위트 팟에 맞추는 기술은 가히 환상적이다.
사진 1-1 연도별 몸쪽 코스에 대한 타율과 장타율 기록제공=스포츠 투아이. 사진캡쳐=SBS Sports
이런 타격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부분 보다는 부상관리가 핵심이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당했던 손등 부상에 대해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필자에게는 오른손 등 중지 손 수술 부위는 완벽하게 괜찮습니다. 타석에서 타이밍이 빨랐는데 그게 손목이 들어가면서 힘이 과부하 된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손 부상은 배트의 중심에서 빗맞는 타구로, 먹혔을 때나 혹은 배트 끝에 맞게 되면 그 진동으로 인해 충격이 손에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몸 쪽으로 휘어 들어오는 투심 계통의 볼이 손 부상의 한 요인이 됐다.
손 부상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배트를 손에 잘 맞게 잡는 것이다. 배트를 제대로 돌리기 위해 서는 다른 신체 부위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는데 그 첫 번째 단계가 물리적으로 연결된 손과 배트이다.
2016년 6월13일 MLB.com 아담 배리(Adam Berry) 기자가 쓴 기사를 참고하자면 당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현 샌프란시스코로 이적) 외야수 앤드류 맥커친 (Andrew McCutchen)은 오른쪽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모든 기록이 저조했는데, 부상을 극복했다. 그는 "나는 배트를 너무 단단히 잡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그립을 가볍게 쥐는 방법으로 바꾼 후 엄지 손가락 붓기가 상당히 줄어들었고 더 이상 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그 비결을 설명했다.
사진 1-2 그립을 손 바닥 안쪽으로 잡는 방법. 사진자료= beabetterhitter.com
배트를 잡을 때 손 안쪽에 깊이 잡게 되면 배트를 단단하게 잡게 되는 원인이 된다. 사진 1-2는 배트를 손바닥에 깊게 잡은 것으로 이 그립은 스윙 중에 손목의 굴곡이 억제되어 자연스러운 기민성과 파워를 잃게 된다. 또한 몸쪽 볼에 먹혔을 때 탑 핸드의 손바닥에 타박상을 입기도 한다.
사진 1-3 그립을 손가락으로 잡는 방법. 사진자료= beabetterhitter.com
사진 1-3에서 보면 배트를 편안하고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손가락 쪽에 잡는 그립이 적절하고 효율적이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도 박병호를 상대로 몸쪽 또는 투심 승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긍정적인 것은 박병호가 몸 쪽 코스에 대한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이다. 그 기술은 바로 한 손을 놓으며 타격하는 방법이다.
일리노이 대학의 물리학 교수인 앨런 네이선(Alan Nathan)은 최근 미국 물리학 저널 (American Journal of Physics)에 발표 한 연구에서 타자들이 볼과 컨택하기 직전에 한 손을 놓고 타격을 하더라도 타격 된 볼은 동일한 속도와 탄도를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공과의 충돌 직전 배트는 이미 최대 속도에 도달했으며 이 시점에서 손이 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박병호가 때리는 시원한 홈런은 많은 팬들에게 큰 기쁨을 준다. 그 기쁨을 위해서는 부상 없는 건강한 몸이 필요하다. 스스로 연구를 많이 하는 스타일인만큼 자기만의 타격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그립을 완성한다면 부상 없이 많은 홈런을 쏘아 올릴 것이다. 필자도 올 시즌 박병호의 시원한 홈런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자료제공=SBS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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