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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강혜정 "경력 단절에 자존감 낮아지기도…주연 고집하지 않아요"
입력 2018-02-06 07:01 
강혜정은 `저글러스`를 통해 5년 만에 시청자와 만났다. 제공|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배우 강혜정(35)은 KBS2 드라마 '저글러스'를 통해 5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그는 '저글러스'에서 15년 차 전업주부였다가 생활전선에 뛰어든 왕정애 역을 맡았다. 왕정애는 가정을 버린 남편을 대신해 집안과 아들을 위해 비서가 됐다. 결혼 후 작품 활동에 뜸했던 강혜정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제 옷을 입은 느낌이었어요. 제가 아기 엄마인데, 아닌 척할 수는 없었죠(웃음). 제 딸(이하루)이 엄마보다 유명해 아닌 척 할 수도 없고요. 가족과 등장인물들의 성장 얘기가 좋았어요. 드라마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에 살고 있어서 굉장히 편했죠."
'저글러스'는 저글링을 하듯 양손과 양발로 수십 가지 일을 하면서도 보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줄 아는 비서들의 이야기다. 왕정애는 생계를 위해 동생 신분으로 위장해 황보율(이원근 분) YB그룹 스포츠사업부 이사의 비서로 채용됐다. 황보율은 왕정애를 '왕비(왕정애 비서)'로 불렀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황보율은 그룹 후계자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지시하는 것에만 따라야 했다. 점심때가 돼서야 출근하는 황보율은 흔히 말하는 '철부지 금수저'였다. 까탈스러운 그의 성격에 매번 비서들이 도망치듯 사직서를 냈다. 왕정애는 황보율의 아픔을 보듬어줬고, 황보율도 왕정애가 사회에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왔다. 두 사람의 호흡은 주인공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이원근이 젊고 잘생겼고 핫한 배우다 보니 덩달아 수혜를 입은 것 같아요. 황보율, 왕정애는 서로 숨겨야 하는 것,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죠. 이원근의 연기 톤은 독특했어요. '올드보이' 최민식 선배님이 호흡하는 게 떠올랐죠. 중독성 있는 매력을 가진 배우예요."
왕정애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하고 착하기만 한 인물이었다. 평소 소탈한 강혜정과는 닮은 점이 많지 않았다. 강혜정은 "내게는 정말 하나도 없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5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더니 세상과 단절되는 느낌이 들었다. 자존감도 낮아지더라"고 했다. 자신 안에 있는 친절한 면을 강조하는 동시에 주부로서 공감대를 느끼며 왕정애를 표현했다.

오랜만의 복귀작인 만큼 가족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강혜정은 "식구들이 일일드라마였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본방송을 기다리고 힘들다고 하더라. 남편 타블로나 하루가 굉장한 애청자였다"고 말했다. 딸 하루는 '저글러스' 촬영 기간에 두 차례 현장을 찾았다. 강혜정은 가족들의 응원에 힘입어 고된 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자신의 욕심을 내세우기보다는 아이들이 보고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작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가족 이야기를 다루거나 잔잔한 감정선을 가진 드라마, 영화에 끌릴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하루가 제가 출연한 '허브'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봤어요. 이제는 '웰컴 투 동막골'을 보여줄 수 있는 나이가 됐네요(웃음). 하루는 '허브'를 자기 인생에서 가장 슬픈 영상으로 알고 있죠. 슬픔을 이해하는 것도 좋은 거라고 봐요. 강아지, 아이들, 이상한 아저씨가 나오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도 너무 좋아하죠."
가정과 아이가 생긴 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강혜정은 '저글러스' 출연을 결심한 것도 역할 비중보다는 캐릭터 때문이었다. 아역 시절부터 연기하고 경력을 쌓은 '강혜정'이라는 이름값보다 중요한 건 작품 안에 있는 인물이었다.
"어떤 역할이나 분량에 한정되면 매력 없죠. '동막골'에서도 정말 짧게 나오는 조연이었어요. 그 캐릭터가 입고 있는 색깔이나 중요성이 우선이죠. '꼭 주연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주인공 제의가 들어와도 재밌으면 하는 거고, 조연이어도 주연을 잘 도울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요."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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