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제기한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을 두고 '은행 대 노조'로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하나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은행 측은 사실이 아니거나 확인 중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명문대 출신 우대 등 의혹이 모두 사실이며 사측의 반박근거가 빈약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제기된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은행 사외이사 지원자가 필기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 수준이었는데도 전형 공고에도 없는 '글로벌 우대' 전형을 통과했다는 내용이고 둘째는 소위 'SKY'대 출신 및 해외 대학 출신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이들의 면접점수를 올리고, 서울소재 다른 대학이나 지방대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깎아내려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노조가 주축이 된 '하나금융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2일 채용비리 사실이 없다는 은행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투본은 2일 서울 명동 하나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관련 은행 측 주장에 대한 반박자료'를 배표했다. "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이나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 점수 조작 등의 불법행위를 행한 사실이 없다"는 은행 주장에 대해서 공투본은 "합격자 발표 전날 '불합격'으로 기재된 지원자가 발표 당일 '합격'으로 바뀌어 작성된 명단이 존재하다"고 했다.
공투본은 "금감원이 의혹을 제기한 사외이사 관련자는 애초에 없었다"는 사측 주장에 대해서도 "금감원 채용비리 보고서에 거론된 사외이사는 현직 사외이사"라고 주장했다.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를 채용하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정했다는 건과 관련 하나은행은 "입점 대학 및 주요 거래 대학 출신을 배려해 은행 경쟁력 강화에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재들을 선발하고 있다"며 "기업으로서 정당하게 추구할 수 있는 인사정책에 기반한 합리적인 채용 절차"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투본은 "입점 대학인 명지대 출신 지원자는 면접 점수를 임의로 하향 조정해 합격을 불합격으로 처리하고, 입점 대학도 아닌 서울대, 연세대 출신 지원자는 면접 점수를 임의로 상향 조정해 불합격을 합격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이 영업 활동을 위해 취업 자리를 파는 격"이라며 "사측은 입점 대학 및 주요 거래대학 출신을 우대한다는 내규가 있다고 했지만 그런 내규도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자료를 추가 공개했다. 소위 'SKY'대인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 지원자와 해외 대학 출신 지원자의 면접점수를 올리고 서울소재 다른 대학이나 지방대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내려 채용 여부가 뒤바뀌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탈락한 지원자의 출신 대학교는 한양대, 카톨릭대, 동국대, 명지대, 숭실대, 건국대였다.
자료에 따르면 각각 서울대를 나온 A씨는 당초 임원면접에서 2.00점, B씨는 2.60점 받았지만 보정 후 각각 4.40점, 4.60점으로 점수가 올랐다. 연세대를 나온 C씨는 3.80점에서 4.40점으로, 고려대를 나온 D씨(3.20점), E씨(3.75점), F씨(4.25점)도 점수가 4.60∼4.80점으로 조정됐다. 미국 위스콘신대를 나온 G씨의 점수는 3.90점에서 4.40점으로 높아졌다. 이들 모두 임원면접 점수가 불합격권이었지만 조정을 거쳐 합격했다는게 금감원 주장이다. 반면 이들의 합격으로 당초 합격권에 있던 7명은 탈락했다. 탈락한 지원자들은 임원면접에서 4.00∼4.80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이후 면점점수가 0.50∼1.30점이 깎인 3.50점으로 일괄 조정됐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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