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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풍향계] 푼 돈 모았더니 말짱 도루묵(?)…`스텔스통장` 인기몰이
입력 2018-02-02 13:19 

#무려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커피와 술, 담배 값 아끼고 가끔씩 들어오는 보너스 횡령(?)과 부수적인 수입 등으로 1000만원의 목돈을 모으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신사임당이여 안녕..." 공인인증서를 갖고있던 아내에게 딱 걸리면서 '1만 7520'이라는 인내의 시간들이 물거품이 됐다.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스텔스통장' 만들기 작업이다.
적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아 스텔스 존재를 알 수 없는 전투기인 스텔스기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스텔스 통장'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각 은행들 마다 명명한 이름은 조금씩 다르다.

우리은행은 '시크릿뱅킹' 신한·농협은행은 '보안계좌', KB국민은행은 '전자금융 거래제한계좌', 기업은행은 '계좌 안심서비스', KEB하나은행은 '세이프 어카운트'라고 불린다.
이 통장은 인터넷 또는 모바일 뱅킹에서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하더라도 조회가 되지 않는다. 대개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면 모든 계좌 잔액과 거래 내역이 뜨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가입 절차와 이용방법은 조금 번거롭다.
기본적으로 본인이 직접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배우자가 공인인증서를 챙겨도,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 가도 본인이 아니면 어느 누구도 조회 자체가 불가능하다. 심지어 스텔스 통장을 개설한 지점에서만 금융거래가 가능한 경우도 있으며 통장 주인 마저도 인터넷·모바일 뱅킹으로 해당 계좌 거래를 할 수 없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용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16개 은행(인터넷전문은행과 수신 기능이 없는 수출입은행 제외)의 스텔스 통장은 2017년 상반기 기준 28만2030개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전체 계좌 2억5937만개(개인기준)의 0.1%에 달한다.
스텔스 통장 한 개당 100만원씩만 있다고 가정해도 2820억원이라는 돈이 비밀리에 숨겨져 있는 셈이다. 이는 2016년 말 개인계좌 잔액 695조원의 0.04%규모다.
은행권 관계자는 "성과급, 소득공제금이 나오는 연초에 많은 수요가 몰리고 있다"면서 "더욱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인증번호 입력 등 인증절차를 까다롭게 할수록 오히려 인기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통장은 원래 지난 2007년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초창기엔 입·출금이 불편해 일명 '멍텅구리 통장'으로 불리며 외면 받기도 했지만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현재는 '시크릿통장'으로 부활한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스텔스통장의 절반정도가 여성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스텔스 통장은 '남편의 비상금 통장'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아내들도 스텔스기 한 대 정도는 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국회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전자금융거래제한 계좌 현황' 자료에서 밝혀졌다.
만약 스텔스통장을 만들고 싶지만 직접 지점까지 찾아가는 것이 귀찮다면 '계좌 감추기 서비스'를 활용하면 된다.
이 서비스는 스텔스 통장이 아닌 일반 계좌이지만,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에서 계좌를 감출 수 있는 기능으로 평소에는 계좌를 숨겼다가 금융거래가 필요할 때 잠시 서비스를 해제하면 된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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