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45·사법연수원33기)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와 관련해 검찰이 31일 대규모 진상 조사단을 꾸렸다.
대검찰청은 이날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활동 기한을 따로 두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성(젠더) 감수성 측면에서 성추행 사건을 심도 있게 조사하고 피해자를 파악해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조사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성평등 관점에서 어느 한 성이 다른 성에 억압되고 참고 지내야 하는 일을 근절하겠다는 게 조사단 발족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56·19기)이 조사단장을 맡았고, 부단장에도 부장검사급 여성 검사를 임명하기로 했다. 사무실은 서울동부지검에 꾸려진다..
조사단은 우선 서 검사가 폭로한 안태근 전 검사장(52·20기)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중심으로 검찰 내에서 발생한 각종 성범죄 사건을 조사할 계획이다. 조 지검장은 "안 전 검사장이나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성추행 의혹을 은폐했다고 지목된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 등은 (현직 검사가 아니어서) 소환할 권한이 없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사실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친고죄 폐지 전의 일이라 사실로 드러나도 안 전 검사장을 처벌하는 게 어렵겠지만, 다른 피해사례들이 범죄구성요건을 갖췄다면 수사로 전환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도 이날 '검찰 내 성폭력 문제'를 긴급 안건으로 상정해 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검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여성 검사 전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서 검사는 사건 폭로 후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을 의식한 듯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며 "이 사건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바꿔나갈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서 검사는 지난 29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었던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고, 이후 인사상 불이익을 겪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파장이 일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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