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관련 업종과 부동산임대업이 국내에서 벤처기업으로 인증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매출 3000억원 미만의 초기 중견기업도 신규 벤처기업으로 진입할 수 있다. 벤처기업확인제도도 관 중심에서 민간주도 방식으로 개편되고, '선(先)투자-후(後)지분 취득' 방식인 'SAFE' 같은 실리콘밸리 방식의 투자도 허용된다.
31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중심의 벤처생태계 혁신대책'을 발표하고 "지난해 550여개 달했던 매출 1000억 벤처기업을 2022년까지 800개 이상, 유니콘기업을 현행 2개에서 8개까지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장관은 "현행 벤처투자 제도의 큰 틀은 사실상 김대중 정부 때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수명이 다 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벤처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한 걸을 뒤로 물러서되 더 열심히 후원·지원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변혁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홍 장관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등과 서울 역삼동 '마루 180'에서 자유롭게 대담하며 토크 콘서트 형태로 혁신안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혁신안은 크게 △벤처기업확인제도 변경 △벤처투자촉진법 제정 △모태펀드 운영방식 개편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벤처캐피털협회 등 공공기관 중심으로 이뤄졌던 벤처기업확인제도를 민간 중심으로 전면 개혁해 선배 벤처기업인, 벤처캐피털, 전문 기술인력 등으로 구성된 '벤처확인위원회'가 벤처기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벤처캐피털 업체 등 전통적 투자자 외에 엑셀러레이터, 크라우드펀드, 기술지주회사, 신기술창업전문회사 등 6개 투자자 유형의 투자를 받은 경우에도 벤처투자로 인정받게 된다.
홍 장관은 "해외에는 벤처확인제도가 없는데 한국은 정부가 벤처기업 인증 여부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기보로부터 보증을 받거나 중진공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 벤처가 되는 방식을 폐지하고 기업의 기술성·혁신성을 평가하도록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벤처투자촉진법을 제정해 현행 창업법(창업투자조합), 벤처법(한국벤처투자조합)으로 이원화돼 있는 벤처투자제도를 '벤처투자조합'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벤처투자촉진법을 올해 6월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 법안이 실행되면 한국벤처투자조합에 모태펀드 의무출자 규정이 폐지된다. 또 벤처캐피털 업체가 다른 개인·벤처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테면 규모가 큰 벤처캐피털 업체가 엑셀러레이터가 조성하는 펀드에 LP로 투자해 초기 스타트업 등에 간접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박용순 중기부 벤처투자과장은 "1986년 제정된 창업법으로 조성된 펀드로는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는 데 제한을 받아서 해외 LP 유치가 힘든 문제가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1997년 벤처법을 제정했는데, 벤처법을 통해 조성된 펀드는 모태자금을 못 받으면 펀드 결성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태자금 출자 의무 규정을 없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엑셀러레이터, 증권사도 벤처펀드 운용이 가능해진다. 다만 증권사는 단독 운용은 불가능하고 기존 운용사와 공동 운영사로만 가능하다. 벤처캐피털 업체에서 일하는 투자심사역의 자격 조건도 낮춘다. 이를 테면 대학을 중퇴했지만 창업경험이 있고 외국계 투자사 등에서 근무한 사람도 투자심사역이 될 수 있게 된다.
모태펀드 운용방식도 개편된다. 모태펀드가 출자자 모집이 끝났거나 이미 결성된 벤처펀드에도 LP로 펀드 규모의 40% 이내에서 후행 출자하는 게 가능해진다. 모태펀드의 우선손실충당도 확대해서 펀드가 손실났을 때 투자위험을 가장 먼저 떠안는 후순위 방식으로도 투자하기로 했다. 대신 초과 수익의 일정부분은 모태펀드가 우선적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신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