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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빌려줄 돈 동났다…빚내서 주식투자 `최대`
입력 2018-01-30 17:53  | 수정 2018-01-30 21:40
"고객들은 돈 빌려달라고 아우성인데, 빌려줄 돈이 없어요. 신용융자 한도가 꽉 찼는데, 저희도 안타깝습니다." 한 증권사 직원은 최근 급격히 늘어난 신용융자 고객들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한도 내에서만 돈을 빌려줄 수 있는데, 신용융자 신청이 폭증하면서 지급여력이 사실상 소진됐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타자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일반인들이 사상 최대치를 넘어섰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26일 11조648억원으로 사상 처음 11조원대에 진입한 데 이어 29일에는 11조86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7조1293억원에 불과했다. 약 1년 만에 55% 늘어난 것이다. 보유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예탁증권담보대출 잔액도 29일 17조6764억원으로 지난 8일부터 꾸준히 17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예탁증권담보융자 잔액은 작년 1월 말까지만 해도 13조원 수준이었다.
신용융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아지자 증권사들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신용융자는 이자율이 최소 7% 이상이라 증권사 수익에 큰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증권사는 신용융자 한도 확대를 위해 유상증자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서울 중구의 한 증권사 영업점에서 만난 직원은 "최근 제약·바이오업종이나 테마주 위주로 신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지 문의하는 고객이 많이 늘었다"며 "일단 계좌를 개설하면 신용거래 신청은 기본으로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용거래 열풍에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금리 인상 추세와 향후 증시 조정 가능성을 감안하면 투자자 개인별로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정슬기 기자 /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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