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색적인 `신탁상품` 속속 내놓는 은행권
입력 2018-01-30 14:06 

최근 시중은행들이 금전신탁 뿐 아니라 반려동물 지원과 관련한 펫신탁 등 이색 신탁상품을 선보이며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신탁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3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 등 6개 주요은행의 신탁업무운용 누적수익은 7185억2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연간 수익(6668억4400만원)을 3분기 만에 훌쩍 넘은 것이다.
신탁업은 예금·주식·부동산 등 소비자가 위탁한 재산을 은행이 알아서 운용·관리·보관해 주는 서비스다. 원금이 보장되고 확정된 이자율에 따라 수익을 배당 받는 원금 보장형과 실적에 따라 배당이 다른 실적배당형으로 나뉜다.
사망 이후 미리 계약한대로 자산을 상속·배분하는 유언대용신탁, 사망 후 재산을 계약서대로 기부해주는 유언기부신탁, 치매안심신탁, 노후를 위한 성년후견제도지원신탁, 주인 사망 후 반려동물을 케어 해주는 펫신탁, 본인 사망 후 장례를 진행할 수 있게 한 가족배려신탁 등 종류는 다양하다. 신탁 수수료는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고객이 맡긴 금액의 연 0.1%에서 많게는 연 1%정도 된다. 요즘엔 자산운용 수익률에 따라 수수료를 연동하기도 한다. 일임 운용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KB국민은행이 수익률에 따라 수수료를 다르게 적용하는 '착한신탁'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국민은행은 또 이용자의 실제 수익률이 이용자가 신탁상품에 가입할 당시 설정한 목표 수익률에 도달할 경우, 장중 실시간으로 자동환매하는 목표달성 자동환매 제도를 도입, 이용자가 매도 타이밍을 잡는데 고민하지 않도록 했다. 착한신탁은 신탁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적고, 목표 수익률과 매도 타이밍을 연동시켜 신탁에 익숙치 않은 초보 투자자에 유리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에 적합한 운용자산을 발굴해 고객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신탁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포트폴리오형 착한신탁 상품을 새로 출시해 자산관리 기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색적인 '펫신탁상품'도 선보였다. 반려동물 기르는 고객이 은행에 미리 반려동물 양육자금을 맡기고, 본인 사후에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양육자에게 양육자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아울러 반려동물 입양과 의료비를 위한 자금일부 인출 기능을 장착, 자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유언기부신탁 신상품 4종'을 출시했다.
유언기부신탁은 금전의 재산을 은행에 신탁 후 일반통장으로 사용하다가 위탁자가 사망 시 신탁 잔액을 사전에 신탁 계약서상에 명시해 놓은 공익단체, 학교, 종교단체 등에 기부하는 상품이다. 신탁한 자산은 위탁자 사망 시 별도로 상속인 동의없이 은행에서 기부처로 지급한다.
기부처에 따라 ▲ 일반형-기부천사신탁(일반 기부단체에 기부를 원하는 경우) ▲ 학교형-후학양성신탁(교육기관에 기부를 원하는 경우) ▲ 기독교형-천국의보물신탁(천주교, 개신교 등 기독교 단체에 기부를 원하는 경우) ▲ 불교형-극락왕생신탁(사찰에 기부해 49재 비용을 준비하는 경우)이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지고 있고,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사회의 분위기에 맞춰 앞으로 유언기부신탁의 수요는 많아 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유언기부신탁은 10만원 이상 가입 가능하며 추가로 입금과 일부 인출이 가능하고 자유롭게 해지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은 한국거래소(KRX)에 상장된 금(金) 현물에 투자하는 신탁상품을 내놨다. 최소 가입금액은 10만원이며 가입 후 1회당 10만원 이상 횟수 제한 없이 추가입금이 가능하다. 금 매매가격은 KRX 금시장 가격을 적용한다.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고, 가입 기간은 5년이다.
KEB하나은행은 한 부모 가정의 자녀양육비를 지원하는 '양육비 지원신탁'을 출시했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한 부모 가정 자녀(미혼 한 부모 가정 포함)에 대한 실질적 보호 장치를 제공할 목적으로 개발한 금융권 첫 신탁상품이다.
양육비 지원신탁은 양육비 지급 의무자가 전 배우자를 불신하는 경향에 착안, 신탁에서 양육비를 관리해 미성년 자녀에게 직접 지급되도록 설계했다.
예를 들어 목돈으로 신탁에 맡겨진 자금이 지속적으로 관리됨과 동시에 매월 해당 자녀가 일정금액을 직접 수령하게 돼 양육비 관련 법적 분쟁과 다툼의 소지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김재영 하나은행 신탁사업단 전무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한 부모 가정의 자녀에 대한 실질적 보호장치를 마련할 목적으로 양육비 지원신탁을 기획했다"며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