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토초세법 판결로 본 초과이익환수제 `4대 위헌 논란`
입력 2018-01-28 18:38  | 수정 2018-01-30 11:42
최근 집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전경. 가장 앞에 보이는 아파트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인 잠실주공5단지. [김호영 기자]
1994년 헌재 위헌 판결땐 "미실현이득 과세 문제없지만 토초세법 자체는 헌법불합치"
"헌법재판소는 과세 대상에 미실현이득을 포함시킬 것인가는 과세목적, 과세소득의 특성, 과세기술상의 문제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 입법정책의 문제로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 또는 부담금이 헌법정신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예상액을 발표한 바로 다음날 이 같은 내용의 참고자료를 발표했다. 가구당 평균 4억4000만원, 최대 8억4000만원에 달하는 부담금이 예상된다는 발표를 접한 강남 재건축조합들이 헌법소원을 준비하려 하자 대응논리로 과거 헌법재판소 판결을 인용한 것이다.
국토부가 인용한 판결은 1994년 7월 29일 열렸던 토지초과이득세법(토초세법) 위헌소원이다. 원칙적으로 토지초과이득세는 세금 이슈이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부담금 이슈라 완전히 같은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사인(私人)에게 발생한 미실현 초과이익을 환수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쓴다는 취지가 유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는 "어차피 부담금도 준조세이고, 두 법 모두 개인 재산을 강제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근거가 되는 법 원칙이나 구조는 비슷하다"며 "토초세 판결을 초과이익환수제의 위헌성을 따지는 데 활용해도 큰 무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매일경제신문은 국토부 논리가 얼마나 맞는지 토초세 위헌법률심판 당시 판결문을 분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시 헌재 판결문에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에 대해 국토부가 근거로 삼은 문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적잖은 단서조항이 있었다. 특히 토초세법 중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재초환법)과 유사한 성격의 조항 상당수에 대해 헌재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리고 수정을 요구했다.
헌법불합치 판정은 일정한 수정 기간을 부여하고 해당 기간까지 수정이 안 되면 폐지해야 한다는 소위 '시한부 위헌판정'이다. 이후 토초세법은 개정됐으나 외환위기 후 다시 문제가 제기되며 결국 1998년 12월 28일 폐지됐다.
헌재가 토초세법 보완이 필요하다며 내건 선결과제는 재초환법에서도 비슷하게 논란이 되고 있다.
첫째는 '과세 대상 이득의 공정하고 정확한 계측'이다. 헌재는 누가 언제 어떻게 계산하더라도 초과이익이 명확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최근 국토부가 추산한 강남 15개 재건축 아파트의 평균 재건축부담금은 4억4000만원인데, 조합이나 업계에서 추산하는 금액은 2억원 안팎이다. 국토부가 추산 대상 단지 및 추정 과정을 공개하지 않아 차이 나는 이유는 알 수 없다.
특히 이익 계측의 공정성에서 문제가 지적된다. 재초환법에서는 초과이익을 산정할 때 사업 종료 시점 주택가격에서 개시 시점(사업 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10년 전 가격)의 가격을 뺀 금액을 활용한다. 하지만 개시 시점의 가격은 공시가격인 반면 종료 시점의 가격은 부동산 가격 조사 전문기관이 감정평가한 가격이다. 물론 법에서는 이 가격을 공시가격으로 간주하지만 일반적으로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70% 전후, 감정가격은 90% 수준으로 차이가 존재한다. 시작 가격은 낮고, 종료 가격은 높은 쪽에서 계산하게 돼 과대계상 논란이 제기된다.

이런 비대칭을 없애고자 국토부는 지난해 부동산 가격 조사 전문기관을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으로 일원화했지만 논란의 소지는 남아 있다. 종료 가격을 공시가격으로 변동시키더라도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매년 올라가고 있는 게 문제다. 현재 아파트 공시가격은 대체로 시장가격의 60~70% 수준이다.
역대 정부들은 공시가율 현실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장기적으로 공시가율은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현 정부도 같은 방침이다. 결국 낮은 시작 가격, 상대적으로 비싼 종료 가격의 비대칭 구조는 변하지 않는 셈이다. 앞으로 상당 기간 재건축부담금 부과 대상인 초과이익이 과대계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정성에서 흠결이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아파트는 2010년 실거래가 공개 제도가 생긴 이후 공시가율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지금처럼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60~70%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초과이익의 과대계상 논란은 해결된다는 논리인데, 공시가율 현실화를 공약으로 내건 것과는 모순된 설명이다.
헌재가 지적한 둘째 보완사항은 부담금 지급 능력에 대한 고려다. 판결문상 표현은 '조세법상 응능부담(應能負擔) 원칙과 모순되지 않도록 납세자의 현실 담세력을 고려하는 문제'다. 세금이 납세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의미다. 재건축부담금은 소득이나 대출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부과되고 있다.
김종규 법무법인 인본 대표변호사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1979년부터 지금까지 은마아파트에 살고 있는 60대 A씨는 은퇴해 소득이 없는 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때문에 대출도 어렵다"며 "이런 사람은 청산금을 받고 그 돈으로 집값이 싼 다른 동네로 이사 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초과이익을 다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최대 절반을 가져가는 것이므로 큰 문제는 없다"고 반박했다.
셋째 논란은 특정 기간에 발생한 미실현이익을 토대로 부담금을 낸 이후에 시장가격이 변해 이익 규모가 줄어들었을 때 어떠한 보완 장치도 없다는 데서 불거진다. 헌재가 토초세에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근거 중 일부다.
먼저 '지가변동순환기를 고려한 적정 과세 기간의 설정 문제'다. 경기 사이클 변동에 따라 토지가격은 오르내림을 반복하기 마련인데 토초세는 3년 단위로 평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평가하는 시점에 일시적으로 지가가 상승하더라도 최종적으로 토지를 매각하는 시점엔 이익이 없거나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헌재는 문제를 삼았다.
정충진 변호사는 "집값 정점기에 재건축 부담금이 산출되고 추후 집값이 급락해버리면 국민의 심리적 저항감이 클 것"이라며 "재건축부담금도 토초세와 마찬가지로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가 아니고 미확정이익에 대한 과세"라고 설명했다.
넷째, 헌재는 토초세에 대해 '적절한 보충규정 설정 문제'도 제기했다. 적정 과세 기간 설정 문제의 연장선상이다. 추정된 미실현이익에 비해 실현이익이 턱없이 적거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기존에 부과한 세금을 보전해주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뜻이다. 이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집값이 많이 하락한다면 손실 보전 조항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우리나라 주택 경기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했고 초과이익환수제 부담 구조를 볼 때 보완은 상당히 돼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헌재는 판결문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래전부터 불로소득 환수와 지가 안정을 이유로 부동산상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의 정당성과 필요성이 주장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그런 과세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입법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 제도의 난점을 실증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담금 4억4000만원 내도 양도세 공제는 3천만원대
재건축 부담금 유무에 따른 양도소득세 시뮬레이션 (단위 = 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데 있어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와 함께 가장 많이 거론되는 논점이 재건축부담금과 양도소득세의 이중 과세 문제다.
양도세는 매각가에서 매입가를 뺀 금액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초과이익환수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적정이익이든 초과이익이든 일정 금액 이상 이익이 발생하면 고율의 양도세가 매겨지는데 이익이 확정되지도 않은 시점에 추가로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고 행정적으로도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재건축부담금은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을 제외한 초과이익에 대한 부과이고, 양도소득세는 주택가격 상승분에 대한 부과로 두 제도의 목적 및 기능, 과세 대상이 다르며 양도소득세 계산 시 재건축부담금은 필요경비로 공제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도세 부과 대상인 주택가격 상승분이 곧 정상 상승분과 초과 상승분을 더한 개념이기 때문에 조합이나 시장 전문가들은 반발한다.
세금 부과 구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단순히 "재건축부담금을 내도 나중에 양도세에서 빼주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국토부 표현처럼 '필요경비'로 인정되기 때문에 실제 양도세 절감액은 기대만큼 크지 않다.
양도소득세 산출은 매각금액에서 취득금액과 기타 필요경비를 빼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양도소득기본공제 등을 공제해서 산출된 과세표준에 구간별 세율을 곱함으로써 최종 산출한다. 재건축부담금으로 1억원을 냈다고 양도세가 1억원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재건축부담금을 필요경비로 공제하면 양도소득세는 얼마나 줄어들까.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의 도움을 받아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를 소유한 1주택자가 2012년 10억원에 매입해 추가 부담금 없이 신축 아파트 전용 142㎡를 받았으며, 재건축부담금은 정부가 강남권 아파트 평균으로 제시한 4억4000만원을 낸다는 가정으로 계산했다.
양도 시점은 준공 예상 시점인 2023년으로 가정했고 매각가격은 향후 5년간 매년 3%씩 대략 15% 오른다는 가정하에 인근 잠실엘스 40평대(22억원)의 115%인 25억3000만원으로 설정했다. 양도세 절감 효과를 따지는 것이므로 매각가격이 얼마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시뮬레이션 결과 재건축부담금을 안 냈을 경우 양도세는 1억2544만5024원, 이미 냈을 경우 8917만9527원으로 나왔다. 3626만5497원의 절감 효과가 있는 셈이다. 양도세만 놓고 보면 커 보일 수 있지만 재건축부담금 4억4000만원까지 감안한 최종 지출로 따진다면 그리 큰 절감 효과는 아니다.
특히 장기간 보유한 1주택자는 실수요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산출 과정에서 양도차익 9억원까지 비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혜택을 제공받는다. 투기꾼을 잡기 위한 규제로부터 실수요자는 보호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재건축부담금은 1주택자냐, 다주택자냐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부과되고 있다.
이중 과세 문제는 토지초과이득세법(토초세법) 위헌소원 판결문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헌재는 "토초세는 양도소득세의 예납적 성격인데 토초세액 전액을 양도소득세에서 공제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은 조세법률주의상 실질과세의 원칙에 반한다"고 명시했다.
[손동우 기자 /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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