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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조 이라크 재건시장 열리는데…손 놓은 한국
입력 2018-01-28 17:14  | 수정 2018-01-28 19:31
120조원 규모 이라크 재건시장이 열리면서 각국 정부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유독 한국 정부만 수수방관하고 있다.
한국 해외 건설의 오랜 텃밭이었던 이라크는 지난해 12월 이슬람 무장단체인 IS와 3년간의 전쟁을 끝내고 IS 점령지 피해 회복에 나선 상황이다. 2018년부터 1000억달러 규모 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이라크 정부는 단기적으로 대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고, 국제사회의 후원도 필요예산의 10% 수준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짓는 사회 안전망 시설도 민간투자자의 자금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정세를 빠르게 파악한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러시아 등 세계 열강들은 정부 차원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IS가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을 근거지로 삼은 2014년 이후 이라크에 17억달러를 지원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해외원조기금을 삭감하는 와중에도 미 개발원조국(USAID)을 통해 이라크 재건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석유 등 에너지자원이 풍부하고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이라크와의 협력을 통해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 실현과 자원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2015년 12월 이라크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고, 에너지·전력·통신·인프라 등 이라크의 주요 경제재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투자융자 협력도 전개하기로 했다.
한국은 아직 이렇다 할 지원이 없는 상태다. 2017년 3월 제8차 한·이라크 공동위원회를 5년 만에 개최했고, 2017년 7월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와디 알바티 주한 이라크대사의 예방을 받고 양국 간 인프라 협력 사업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전달한 것이 전부다.
한국은 이라크에 1970년대 말 진출해 총 191건, 358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한 주요 협력국이었다. 내전 중에도 꿋꿋이 공사를 이어갔던 우리 업체들은 이라크 정부의 예산부족 문제 때문에 최근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했다. 전후 복구 비용이 막대한 탓에 이라크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공사나 후속 공사에 예산을 배정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라크는 정부의 재원이 제한적이고 국가신용도가 낮아서 재원 조달이 어려워 인프라 사업에도 민간 투자사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120조원 재건시장에서 강대국과의 경쟁 속에서 한국 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이란 FA(기본여신약정)' 형식의 정부의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금융조달에는 국내 양대 수출신용기관(ECA)인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마침 지난 22일 두 기관은 '선금융·후발주' 흐름에 맞춰 '해외프로젝트 수주 및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협력해서 해외건설의 확실한 '금융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앞장서 프로젝트를 지원한다면, 국내 민간 금융사들의 프로젝트금융 참여도 이끌 수 있어 우리 기업의 수주경쟁력을 한층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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