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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비밥바룰라’ F4 박인환‧신구‧임현식‧윤덕용이 한국 영화에 바라는 것
입력 2018-01-28 07:02 
`비밥바룰라` F4 윤덕용, 신구, 박인환, 임현식(왼쪽부터). 제공| 홀리가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우리 네 명 모두 참 어렵게도 이 길을 걸어왔는데…힘들었지만 참 재미있었어!(임현식) 후회 하냐고? 전혀. 배우가 아닌 다른 직업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으니까(신구). 지금도 참 행복하긴 하지만, 앞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우리 같은 노인 배우들이 좀 더 활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박인환). 노인들이 즐길 영화가 적은 게 사실이니까(임현식). 젊을 땐 욕심도 많고, 질투도 많아서 좋은 역할만 눈에 들어왔는데 나이가 드니 그런 게 다 사라지더군. 그런데 오히려 그러고 나니 잘 할 수 있는 많은 역할들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거야~(윤덕용). 보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 거기에 우리 영화가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테고!(F4 웃음)"
박인환‧신구‧임현식‧윤덕용, 영화 ‘비밥바룰라(감독 이성재) 네 명의 주연 배우들이 ‘노인 영화에 대한 애정을 당부하며, 한국 영화의 다양성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노인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비밥바룰라 배우들을 만났다.
이번 작품에서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박인환은 우리 사회가 물론 각박하고 힘들고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분명 따뜻한 면들이 많다. 가족애도 여전히 살아 숨쉰다. 아무리 축소되고 변질됐다고 해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뿌리이자 원동력이 아닌가”라며 그런 부분들이 보다 잘 드러나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찍은 ‘비밥바룰라와 같은 노인 영화 역시 그 중의 한 자리에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영화 개봉 소감을 밝혔다.
앞서 ‘범죄도시를 봤는데 굉장히 재미있고 시원하긴 한데 솔직히 좀 충격적이었어요. 너무 잔혹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데…하긴, 요즘 대부분 영화들이 그렇긴 하지. 온 가족이 부담 없이 함께 볼 수 있는, 나 같은 70대 이상의 관람객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따뜻하고 소박한 영화들은 너무 적어서 아쉽기도 하고. 결국엔 다양한 영화들이 틀어져야 관객들에게도 좋은 거니까.”
임현식은 `비밥바룰라`의 출연 제의를 받은 것만으로 뿌듯했다고 밝혔다. 제공 I 홀리가든
임현식은 이에 처음 출연 제안을 받고 ‘노인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벅찬 감동을 받았다. 이런 장르는 사실 없었으니까. 당연히 우리가 처음이니까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야기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그는 노인으로서 점점 할 수 있는 게 적어지고, 설 자리가 없는 게 사실이지만 반대로 노인이어서 더 잘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라며 다만, 그렇기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완성도도 높아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아직 많은 모델들이 없어 우리 영화가 어떤 반응을 얻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번 기회로, 또 우리뿐만 아니라 중심에서 활약중인 노배우들이 점차 늘고 있으니, 그런 흐름에 맞추어 우리에게 또 한 번 이런 기회가 온다면 더 완벽하게, 제대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노인 영화도 한류의 한 흐름이 되지 말란 법이 있나?”라며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 4명의 베테랑 배우들이 뭉친 ‘비밥바룰라는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네 아버지들이 가슴 속에 담아둔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나서는 휴먼 코미디다.
더 바랄 것 없었던 노년의 어느 날, 네 명의 친구들은 각자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 속 소망들을 깨닫게 되고 불가능할 줄 알았던 일들을 진심과 열정, 우정으로 하나씩 해 나간다. 일흔이 넘는 이들의 모습 속에는 사랑과 우정, 가족과 추억이 녹아 있다. 주인공들과 같은 세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가 공감 가능한 이야기를 다룬다.
신구는 평생 배우의 길을 걸어온 비결로 "연기 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제공| 홀리가든
맏형 신구 역시 나이가 들수록 분명히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배역의 한계도 느끼지만 분명 내공은 좀 쌓인다. 세월의 힘”이라며 한 때는 멋진 주인공 역할만 하던 양반들이 이제는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서 젊을 땐 상상도 못할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 연기는 굉장히 다채롭지 않나. 그런 부분들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작품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힘을 보탰다.
이어 ‘오랜 기간 배우의 길을 걸어온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는 연기 이 외에는 다른 걸 아예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당연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걸어왔던 것 같다”며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리곤 노력과 성실함, 열정, 건강 이런 게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나. 단편적인 한 가지만으로는 사실 버티기 힘든 것 같다. 나의 경우는 젊은 시절에 탄탄대로로 걸어온 것은 아니지만 단 한 번도 배우의 길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윤덕용 역시 "젊은 때는 그저 좋은 역할, 남보다 더 빛나는 자릴 원하고 질투도 하곤 했는데 나이가 점점 들면서 그런 게 다 의미가 없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더라"라며 "내 건강에도, 배우의 꿈을 오래 간직해 펼쳐나가는 데 이런 내려놓음이 좋은 역할을 한 것 같다. 그런 여유를 배우고 나니 한결 하고 싶은 것들도, 할 것들도 많아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진솔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끝으로 임현식은 극 중 ‘비밥바룰라를 부르는 신이 많이 나오는데 지금은 노인네이지만 우리도 한 때 젊은 시절 즐기며 부르던 노래다. 우리들의 청춘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우리 세대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들에겐 이해와 공감이 되는 지점이 됐으면 좋겠다. (신구 선배님 말처럼) 우리는 이제 점점 받아들이는 쪽이다. 그래서 항상 비슷비슷하고 작은 역할을 맡더라도 더 완벽하게 해내려고 노력해왔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랬다.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도 와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노인 영화의 본격적인 탄생을 알린 ‘비밥바룰라는 지난 24일 개봉,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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