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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데뷔 전 비난 받은 신인…안우진 이전 위대한이 있었다
입력 2018-01-27 06:50 
넥센 히어로즈의 안우진.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휘문고를 졸업한 안우진(19·넥센 히어로즈)은 올해 데뷔할 신인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선수다. 실력 면에서도 출중했다. 150km 이상을 던지는 싱싱한 어깨가 매력적인 투수였다. 한국을 찾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안우진을 눈여겨봤다.
그는 최대어였다. 2018년 서울 지역 1차 지명 첫 번째 순번을 가진 넥센도 주저하지 않고 안우진을 뽑았다. 계약금도 6억원을 안겼다. 안우진을 향한 넥센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신인 선수 계약금, 특히 1차지명이나 2차 1라운드 지명 선수의 계약금은 5억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 여름 안우진은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대표팀에서 갑자기 하차했다. 그리고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휘문고 야구부의 학교 폭력이 알려졌다. 공과 배트를 이용한 가혹행위가 부각됐다.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인 내용이 소문으로 퍼졌다. 사람들은 대표팀에서 하차한 안우진을 주목했다. 결국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징계로 당사자가 안우진인 게 확인됐다. 안우진은 3년간 자격정지를 받았다.
그러나 규정상 프로로 활동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기구라 프로기구인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별개 집단이다. 고교에서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한 안우진에 징계의 직접적인 효과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KBO도 입단 전 사유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징계를 받은 경우, 따로 징계할 방법이 없다”고 손을 놓고 있었다. 따로 사법처리를 받지 않았기에 KBO가 징계를 내릴 근거가 없었다. 경찰에서는 당사자와 합의를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결국 여론은 폭발했다. 신인 선수 오리엔테이션에서 앞으로 야구를 잘하겠다”는 뻔뻔한 인터뷰가 발화점이 됐다. 넥센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잘못했다”고 해도 싸늘한 시선을 받는 신인 선수가, 그것도 6억원을 투자한 대형 신인이 일을 키웠다. 여론에 등 떠밀리듯 넥센도 자체징계를 내렸다. 1,2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했고, 2018시즌 1,2군 50경기 출정정지였다. 울며 겨자먹기식 징계가 분명했다. 여론은 아직도 싸늘하다. 고작 50경기냐”라며 공분하는 팬들이 여전히 많다. 넥센은 여전히 쩔쩔매고 있다. 안우진을 뽑은 대가는 몸값 이상이었다. 아직 써먹지도 못한 신인 때문에 고위관계자도 머리를 숙였다. 고형욱 히어로즈 단장은 MK스포츠와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우리의 늑장대응이 맞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징계는 반성과 자숙의 의미다. 아마추어 고등학생 때 일을 프로 구단에서 징계를 주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구단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고 거듭 사과했다.
과거에도 프로 데뷔를 앞둔 신인이 안 좋은 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2007년 신인 2차 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2순위로 SK와이번스에 입단한 위대한이라는 우완 투수였다. 부산 출신의 185cm, 100kg의 탄탄한 하드웨어가 매력적인 투수였다. 부산고 에이스였던 그는 2006년 부신 구덕구장에서 열린 화랑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4경기 28이닝 연속 무실점 호투를 기록했고, 역시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주목한 선수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두운 과거가 있었다. 야구뿐만 아니라 싸움으로도 부산을 평정했다. 단순히 싸움박질만 하고 다닌 게 아니었다. 2003년엔 일명 ‘퍽치기 사건으로 소년원에 수감되기도 했다. 개인적 탈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타인에게 직접적 위해를 가한 계획적인 범죄가 분명했다. 그의 어두운 과거 때문에 연고구단은 그를 외면했다.
하지만 SK는 그의 야구실력을 너무 아까워했다. 당시 새로 사령탑에 취임한 김성근 감독의 지도 아래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며 프로선수로 단련시켰다. 그러나 위대한의 과거를 폭로가 온라인 공간 이곳저곳에서 나타났다. 여론은 싸늘해졌다. 위대한은 과거의 잘못을 모두 후회하고 반성한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겠다”라고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위대한의 ‘속죄투는 볼 수 없었다. ‘죄질이 너무 나쁘다는 여론의 십중포화를 견디지 못한 그는 프로데뷔를 앞둔 겨울 숙소를 이탈하며 스스로 옷을 벗었다. 그렇게 5년 뒤, 그는 다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프로야구 출신 조직폭력배로 범죄단체구성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었다.
위대한과 안우진의 사례는 많은 의미를 던진다. 단순히 실력만 좋은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 관계자는 프로 데뷔 이전 저지른 개인적 행위에 프로 생활 내내 발목을 잡힐 수 있다. 대중의 눈높이는 단순히 그 선수의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에도 맞춰져있다. 이는 프로선수로서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야구를 잘하면 개인적 과오가 잊혀진다는 생각은 너무 어리석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새겨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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