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밀양 화재 생존자 "'살려달라'는 고함이 여기저기 들렸다"
입력 2018-01-26 16:45  | 수정 2018-02-02 17:05


"화장실에 갔다가 복도에 들어서니 연기가 자욱하고 살려달라는 고함이 계속 들렸어요."

26일 부산 북구의 한 병원 입원실에서 만난 밀양 세종병원 화재 부상자 하용규(89) 씨는 불이 났을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하씨는 전날 감기 때문에 세종병원에 입원한 지 하루 만에 화재를 겪었습니다.

이미 세종병원에 네 번가량 입원한 적이 있다는 그는 이번에는 병원 5층에 있는 7인실에 입원했습니다.

하씨는 여느 때처럼 아침을 먹고 혼자 걸어서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병원에 불이 난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5층 입원실 복도에는 하얀 연기가 차 있었고, 곳곳에서 '사람 살려! 사람 살려!'라는 고함이 들렸다고 끔찍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하씨는 119구급대원의 도움으로 병원 건물 외부에 설치된 사다리차를 타고 1층 밖으로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구조 당시 환자복만 입어 한파 속 칼바람을 맞으며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하씨는 "내복을 안 입고 있었는데 너무 추워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며 "1층으로 내려오던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지만,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원래 기관지가 좋지 않았던 데다 화재 당시 연기를 조금 마셨던 탓에 말을 오래 하면 기침이 계속 나오는 상태입니다.

하씨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아직까지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같이 입원했던 사람들은 괜찮은지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하씨의 딸 말진(60) 씨는 "화재 뉴스를 보고 아버지에게 전화했는데 다른 사람이 받아서 가슴이 철렁했다"며 "인명피해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는데 우리 아버지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는 이날 오전 7시 32분께 건물 1층에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40명 안팎이 숨지는 등 사상자가 100명을 넘어섰습니다.

하씨가 입원한 병원에서는 오후 4시 현재 하씨를 포함해 밀양 세종병원 환자 7명이 치료받고 있습니다.

병원 관계자는 "7명 중 3명은 중환자실에서, 나머지 4명은 일반 병실에서 치료중"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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